‘강제노동 신장 면화 보이콧’ H&M·나이키, 中불매운동 직면

입력 2021-03-25 19:11 수정 2021-03-25 19:52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 있는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 매장 앞에 25일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중국인들은 H&M의 신장산 면화 보이콧을 문제 삼아 대대적인 불매 운동에 나섰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서 돈을 벌려면 중국을 존중해야 한다.”

중국인들이 신장위구르자치구산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글로벌 브랜드를 대상으로 불매 운동에 나섰다. 스웨덴의 의류 업체 H&M과 미국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주요 타깃이다. 중국 정부는 불매 운동을 두둔하며 부추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매 운동을 촉발시킨 건 H&M이 지난해 9월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이다. H&M은 강제 노동 의혹이 제기된 신장 지역의 어떤 의류 공장과도 협력하지 않고 이곳에서 생산된 면화도 공급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장은 중국 내 면화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다. 당시 중국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다가 6개월이 지난 지금 대대적인 불매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 서방 국가들이 신장의 위구르족 인권 침해를 문제 삼아 중국 기관과 관리들을 제재하자 이에 대한 분노가 불매 운동으로 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공산당의 청년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은 전날 H&M에 대한 불매 운동을 선동하는 글을 올렸다. 이후 나이키 등 다른 브랜드로도 불똥이 튀었다. 나이키도 과거 신장의 강제 노동에 우려를 표하고 “이 지역에서 제품을 공급받지 않는다”고 밝힌 적이 있다. 공청단은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신장 면화를 보이콧하면서 중국에서 돈을 벌려는 것은 허항된 망상”이라고 비난했다.

이후 타오바오, 티몰 등 중국의 거의 모든 온라인 쇼핑몰에서 H&M 제품은 검색되지 않고 있다. 지도 앱에서도 H&M의 위치 정보가 사라졌다. H&M의 모델이었던 중국 연예인들은 서둘러 계약을 종료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유니클로, 아디다스, 갭, 휠라, 뉴밸런스 등이 발표한 신장 관련 성명을 공유하며 불매 기업 명단에 올렸다.

중국 정부는 불매 운동을 두둔하고 나섰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개별 기업이 거짓 정보를 바탕으로 상업적 결정을 내린 것에 중국 소비자들이 행동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기업이 잘못을 바로잡고 상업 문제를 정치화하지 않기 바란다”며 “어떤 세력이라도 순백의 신장 면화를 모욕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나는 신장 면화를 지지한다’는 문구가 적힌 그래픽을 만들어 SNS에 올리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중국중앙(CC)TV는 “중국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으로 중국을 모독한 기업들을 혼내줄 것”이라며 “중국 면화는 부드럽지만 중국인은 강하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