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집으로 불러 가족·지인 코로나 검사”… 쿠오모 또 의혹

입력 2021-03-25 17:51 수정 2021-03-25 18:11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 주지사

코로나19 사망자 수 축소 및 부하직원 성추행 의혹을 받는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가 이번에는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코로나19 검사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황제 코로나 검사’ 의혹까지 겹치며 쿠오모 주지사의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쿠오모 주지사가 지난해 3월 뉴욕주 보건 총괄 의사와 보건 공무원 등을 자신과 가족의 집으로 불러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게 하는 등 특혜를 베풀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뉴욕은 미국 내 코로나19 진앙지로 손꼽히며 피해가 극심했지만, 팬데믹 초기라 미국 내 코로나 검사 장비가 부족해 일반 시민들은 검사를 받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진단 키트 부족으로 하루 수백 건의 검사 밖에 할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쿠오모 주지사의 가족과 지인들은 주 의료진이 직접 자택에 찾아가 검사를 해주고 그 결과까지 신속히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이번 의혹의 핵심 내용이다.

WP에 따르면 쿠오모 측은 검사 결과를 빨리 받아 보기 위해 공공기관까지 동원했다. 집에서 검체 채취가 끝나면 주 경찰이 이를 건네받아 코로나19 검사 기관으로 즉시 운송했다. 검사 인력들은 쿠오모 일가의 검사를 우선 처리하기 위해 야근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황제 검사’를 받은 가족 중에는 쿠오모 주지사의 동생이자 CNN방송 메인 앵커인 크리스 쿠오모가 포함됐다. 그는 지난해 3월 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소식통들은 뉴욕주 수석 의사가 크리스의 자택을 직접 찾아 그와 가족들의 검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크리스는 지난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형의 인기가 급격히 오르자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쿠오모 프라임 타임’에 형을 수차례 출연시켰다. 심각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형제가 선보이는 소탈하고 익살맞은 대화는 미국인들에게 위로를 줬다는 평가를 받았고 쿠오모 주지사는 민주당의 유력 대권 잠룡으로까지 급부상했다.

뉴욕주 법은 주 정부 공직자들이 자신이나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공적 지위를 이용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WP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뉴욕주 자원을 주지사와 그의 지인들이 사적으로 이용한 데 대해 심각한 윤리 문제가 제기된다고 비판했다.

검사 특혜 의혹에 대해 쿠오모 형제는 모두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다만 자택 방문 검사 방식과 관련해 쿠오모 주지사의 대변인인 리치 아조파디는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자택 방문 검사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검사를 받은 사람 중에는 의회 의원, 기자, 주 정부 근로자 및 가족을 포함한 일반 대중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