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 안 넘었지만 수위 높인 北…추가 도발 우려에 “대비태세”

입력 2021-03-25 17:31
25일 오후 서울 수서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같은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저강도 도발을 이어가면서도 그 수위를 높여 한·미 양국을 향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자신들의 대외 기조인 ‘강대강, 선대선’ 기조에 따라 인권을 문제 삼으며 강경모드로 나온 미국을 향해 일종의 ‘경고장’을 날렸다는 평가다. 정부는 곧바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추가 도발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와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약 2시간 만인 오전 9시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NSC는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과 미사일의 세부 제원 및 발사 배경, 의도를 분석해 나가기로 했다.

NSC 상임위는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을 ‘탄도미사일’로 규정하지 않았지만 군 당국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탄도미사일은 사거리와 상관없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따라서 추후 안보리에서 이번 사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추가 제재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미국이 대북정책 검토 막바지에 들어간 시점에서 북한이 도발한 데 대해 한·미는 바짝 긴장하며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외교부 당국자는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성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과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미국도 이 상황에 대해 굉장히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면서 “대북정책 검토 과정이 마무리 단계로 가는 상황인데 당연히 좋은 징조는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이 미 대북정책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일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이 인권 문제까지 끌고 들어와 압박 강도를 높인 상황에서 북·중 정상 간 친서 교환을 통해 중국을 등에 업은 북한이 그동안 해온 ‘벼랑 끝 전술’을 이용해 대북정책 강도를 낮추려 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이번 도발이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북소식통은 “순항미사일에 이어 탄도미사일까지 연속으로 발사하는 등 북한이 도발 수순에 들어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전후로 고강고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군 관계자도 미사일 추가 발사 징후와 관련해 “여러 가능성을 두고 대비태세를 유지 중”이라고 말했다.

방한 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뒤 언론발표에서 “역내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관련국 간 협상프로세스가 가능한 한 빨리 재개돼야 한다”며 1년 넘게 정체된 북·미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다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한·미의 전력 증강 및 연합훈련을 염두에 둔 듯 “동북아 지역에서 평화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고, 모든 관련국이 군비경쟁과 모든 종류의 군사 활동 활성화를 포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선 임성수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