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25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속보로 내보냈지만 자체 분석 대신 외신 보도를 그대로 전하는 수준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구두 친서를 교환한 지 사흘 만에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군사 도발을 감행하자 중국 정부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각국의 공통 이익과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대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함으로써 이 지역의 안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자고 각국에 호소해왔다”고 덧붙였다. 화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도 북한의 단거리 순항 미사일 발사에 대해 “중국은 한반도 정세 발전과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중국 외교부 발표가 나오기 전 신화통신은 한국 합동참모본부 발표 등을 인용해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비행물체를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비행 물체가 탄도미사일이라면 북한은 지난해 3월 29일 이후 1년 만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며, 이는 사정거리와 관계 없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의 자체 판단이나 분석은 나오지 않았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지난 22일 주고받은 구두 친서를 통해 북·중 관계 강화를 다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친서 내용을 보면 김 위원장은 국방력 강화와 북남관계, 조‧미(북‧미) 관계와 관련한 정책적 입장을 토의 결정한 것을 중국에 통보했다고 돼 있다. 북한이 사전에 탄도미사일 발사 계획을 중국 측에 알리거나 협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중국에 이어 쿠바, 베트남, 라오스 최고지도자에게 줄줄이 구두 친서를 보내 사회주의 국가간 연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베이징 외교 경로를 통해 북측에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항의했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가 끝난 뒤 기자단에 “조금 전 북한이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며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정부에 보다 강경한 대응을 촉구했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단 간사장은 당내 조직인 ‘북한 핵실험·미사일 문제 대책본부’ 회의에서 북한에 항의만 해서는 안 된다며 유엔 결의와 제재가 확실히 이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모든 종류의 군사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한국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회담한 뒤 언론 발표에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는 관련국이 군비 경쟁과 모든 종류의 군사 활동 활성화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도 포함된다”며 “러시아와 한국은 역내 문제 전부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관련국간 협상 프로세스가 가능한 한 빨리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