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서울 내곡동 보금자리지구 ‘셀프 보상’ 의혹을 최고의 ‘공격카드’로 꺼내들었다. 민주당은 오 후보를 겨냥해 연일 ‘거짓말 후보’ 등 총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오 후보 측은 이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물타기하려는 여당의 전형적인 흑색선전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여야가 맞서고 있는 핵심 쟁점은 보금자리지구 지정을 둘러싼 상황, 특혜 보상 여부, 서울시 주택국장 전결 논란 3가지다. 이 사안에 대해 여야는 서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라며 맞고발전으로 비화했다. 그렇다면 여당이 주장하는 오 후보의 셀프 보상 의혹은 현 시점에서 명확하게 입증될 수 있일까.
2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여당의 의혹 제기는 11년 전인 2010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민주통합당 한명숙 후보 측이 제기했던 의혹과 큰 틀에서 차이점이 없고, 핵심쟁점인 보금자리지구 지정 문제에서도 오 후보와의 연관성을 입증할 새로운 증거 역시 불명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과정에서 오 후보 측의 어설픈 해명과 몇차례 말을 바꾼 것 등이 거짓말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역시 오 후보가 해명 과정에서 계속 말을 바꿨다며 4·7 보궐선거 쟁점화를 거듭 시도하고 있다.
3대 의혹 제기했지만 반박가능한 수준
첫번째 쟁점은 오 후보자의 배우자인 송모씨 일가 소유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토지가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될 때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했느냐 여부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했던 2009년 8월 서울시가 당시 국토해양부에 내곡동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고, 같은 해 10월 오 후보 배우자 일가 소유 땅 4443㎡(약 1300평)가 포함된 내곡동 지역이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오 후보의 시장 재직 당시 서울시가 먼저 국토부에 지정 요청을 했고, 속전속결로 지정이 이뤄졌다는 게 골자다.
현재로선 이 부분에서 민주당 의혹 제기의 신빙성에 무게를 두기 어렵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7년 3월 이미 보금자리지구 사업의 전신인 국민임대주택 사업에 내곡동 일대가 포함된 문건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당시 중앙도시계획위원회(중도위) 제2분과위는 ‘개발제한구역 내 국민임대주택단지 국책사업인정(안)’을 통해 서울 서초구 내곡동 신원동 염곡동 원지동 일원 74만㎡(22만4000평)의 개발제한구역에 국민임대주택단지를 조성키로 조건부 의결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그린벨트 해제나 지구 지정 권한은 서울시가 아니라 국토부에 있다”며 “노무현정부 중도위에서 실질적인 지구 지정을 했음에도 민주당은 마치 오 후보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2009년 8월 서울시의 요청은 어떻게 봐야할까. 이는 이명박정부 들어 국민임대주택사업 명칭이 보금자리사업으로 바뀐 것과 관련이 있다. 2009년 4월 당시 보금자리주택건설 특별법으로 관련법이 개정됐고, 서울시의 요청 문건은 그에 따른 후속절차일뿐 지정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오 후보 측은 설명하고 있다.
토지 수용과정에서 ‘특혜 보상’이 있었는지도 커다란 쟁점이다. 송씨 일가는 내곡동 개발제한구역에 2개 필지 4443㎡를 소유했고, 이 중 송씨 지분은 8분의 1에 해당하는 555㎡ 규모다. 민주당은 오 시장 재임 시절 내곡동 토지로 받은 보상금이 총 36억5000만원에 달하고, 당시 평당 보상비가 270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사업을 진행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판단은 다르다. SH공사 측은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에 “보상액 산정은 관련법에 의거해 감정평가업자 3인이 적법하게 평가한 금액의 산술평균치로 보상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 후보 측도 송씨가 초등학생이던 1970년 상속받은 땅으로 투기 논란과는 거리가 멀고, 당시 보상비도 주변 시세(평당 317만원)에 비해 낮은 가격이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오 후보가 지구 지정 요청은 담당국장의 ‘전결’ 사항으로 자신은 몰랐다고 해명한 부분도 문제삼고 있다. 2009년 당시 SH공사가 국토부에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을 요청한 문건에는 경유자 항목에 ‘서울특별시장 오세훈’이라고 돼있기 때문에 오 후보가 이를 모른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이 사안의 경우 오 시장의 영향력 행사 여부 등의 본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정권 교체 이후 이명박정부 들어 관련법 개정에 따라 보금자리지구 지정을 위한 행정적 절차로 진행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민주당은 보금자리주택건설 특별법 시행령상 주택지구 지정을 제안하려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 후보는 이 사안과 관련해 야권 단일화 경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양심선언이 나오면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몰랐다’ 어설픈 해명이 되레 논란 키워
이번 논란은 과거 한 차례 불거졌던 의혹이지만, 의혹 제기 초반 오 후보의 어설픈 해명이 되레 여당 총공격의 빌미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 후보는 민주당이 내곡동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11년 전 이미 다 해명된 내용” “해당 땅을 알지도 못했다” 등의 해명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후 2008년 서울시장 재직 시절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오 후보가 내곡동 땅을 재산목록에 포함시켰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거짓말 논란을 자초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처갓집에 어떤 땅이 있는지 기억하는 분이 많으냐. 땅을 보긴 봤겠지만 관심을 표한 적이 없고, 이 땅이 보금자리주택 예정지구로 지정될 수 있는 위치인지 전혀 몰랐다”고 했다.
오 후보가 당초 시장 취임 전인 2006년 3월 개발계획이 지정됐다고 했다가 이후 “공문서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한 발 물러서는 등 오락가락한 점도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보금자리주택사업은 국민임대주택에서 변경되는 과정에서 지구 최종 지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정권 교체 이후 관련법 개정 등 복잡한 사정이 있음에도 오 후보가 단순히 ‘노무현정부 때 지정됐다’는 식으로 해명하면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