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29일 개항 20주년을 맞는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재정 위기를 겪고 있지만 개항 이후 20년 만에 명실상부 ‘세계 공항 순위 5위·국제 화물 3위권’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그러나 인천공항도 개항 당시 온갖 반대와 우려를 무릅써야 했다. 건설 당시 IMF 외환위기가 닥쳤기 때문이다.
경제위기가 시작된 건 인천공항 건설이 본격 추진되던 1997년이었다. 정부는 1980년대 말 해외여행 자유화로 급증하는 국제 항공 수요를 김포공항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신공항 건설안을 추진했다. 여의도 18배에 이르는 규모의 영종도 인근 바다를 메우는 작업에 5조6000억원의 최대 규모 예산이 책정됐다.
하지만 1998년 3년물 채권 가격이 최대 18.25%까지 치솟는 등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잘못된 입지 선정 주장, 국토 불균형 가속화, 자연재해와 환경파괴 우려, 벤토나이트 부실시공 논란 등 각종 논란도 제기됐다.
인천공항은 IMF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일자리를 잃은 전문 기술 인력과 중고 시장에 나온 최신 장비들을 흡수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좋으면 먼 곳까지 전문 기술자들이 오려고 하지 않았을 텐데, IMF로 경기가 바닥을 치고 일자리가 사라지니까 영종도로 기술 지원자와 장비들이 몰렸다”고 말했다. 고금리 채권에도 자금 조달을 멈추지 않는 등 미래를 위한 투자도 이어갔다.
물론 건설 현장에 IMF 여파가 없었던 건 아니다. 건설사들이 주유소에 어음을 주고 기름값은 나중에 지급하자, 영종도 주유소 2곳이 기름을 못 주겠다고 버틴 적이 있었다. 공사 현장이 ‘올 스톱’ 되자 공항 건설 담당자가 아이디어를 냈다. 주유소 주인에게 기름값을 지급했다는 확인서를 받아와야 건설사에 일을 맡기겠다고 한 것이다. 관련 절차를 만들어 놓자 건설사도 군말 없이 현금으로 기름을 넣었고 작업은 다시 원활히 돌아갔다.
우려 속에 2001년 3월 완공된 인천공항은 보란 듯 가파른 성장을 이어갔다. 개항 3년 만에 흑자로 전환해, 누적 흑자 7조원, 누적 여객 7억3860만명을 달성하는 등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에는 운항 횟수 40만4000회, 항공화물 276만4000t을 기록하면서 세계 공항 순위 5위와 국제 화물 3위에 올라섰다.
인천공항은 코로나19 위기도 전화위복 정신으로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제4활주로 완공, 제2터미널·교통센터 확장 사업 등을 차질없이 진행해 코로나19 이후의 글로벌 항공 시장 선점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