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역사 왜곡을 비판하는 시청자 의견을 ‘콤플렉스’라거나 ‘과잉 반응’이라고 폄하한 현직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교수의 글이 논란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25일 페이스북에 ‘중국 만두 대접한 세종···“중국구마사 해라” 드라마 조선구마사 쏟아진 비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은 이미 동북공정에 세뇌된 것이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이 교수는 “무슨 콤플렉스가 이리 심한가?픽션 드라마가 다큐먼터리로도 아니고”라면서 “이렇게 무섭게 흥분한 민중들을 활용한 정치가 모택동의 문화혁명이고 김일성의 인민재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중 심리로 이렇게 작가들의 상상력을 억압하고 나서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이 인정하는 "하나의 역사"만 말하고 가르치고, 그래서 세뇌된 반일, 반중 테러리스트들이나 길러내자는 말인가”라면서 “인터넷이 인민 재판시에 휘둘렀던 우중의 낫과 몽둥이가 되고 있다”고 주중했다.
또 “만두, 그거 우리 지금 안 먹고 사는 음식인가”라고 되물으며 “중국이 한국 픽션 드라마를 증거로 동북공정의 근거로 삼을만큼 어리석은 나라인가? 이걸 근거로 동북공정을 한다면 그야말로 우리에게 좋은 일 아닌가? 얼마나 근거가 없으면 그러냐고 웃어주면 될 수 있지 않나”라고 했다.
이 교수는 “과잉반응이야말로 이미 동북 공정이 성공하고 있다는 방증인지 모른다”며 “종족주의적 어리석은 애국심들이 넘쳐난다”고 썼다.
이 교수의 글은 삽시간에 여러 커뮤니티로 퍼지면서 갑론을박을 낳고 있다. 비판적 의견이 많은 반면, 두둔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 교수는 자신의 글에 한 네티즌이 “단순히 저것만 가지고 그러는거 아닌다. 더 알아보시고 말씀하셔야 할 듯하다”고 남긴 글에 “그래서 작가들의 상상력을 대중이 모두 추방하는 자세가 옳다구요? 더 알아볼 사항이 무엇인가요? 제가 요구하지 마시고 본인이 아시는 것 공유하시라”며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조선구마사는 방영 전부터 역사적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샀다. 이후 방영 첫화부터
충녕대군이 조선의 기생집에서 서역에서 온 구마 사제(달시 파켓)에게 월병과 중국식 만두, 피단(삭힌 오리알) 등을 대접해 중국식 소품을 썼다는 비판과 함께 태종이 아버지 태조의 환시를 보고 백성을 학살하거나 충녕대군이 구마 사제와 역관에게 무시당하는 등 무리한 설정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시청자들이 조선구마사 제작에 광고로 지원한 기업체에 거세게 항의했고, 광고가 줄줄이 철회됐다. 이어 제작진은 “예민한 시기에 오해가 될 수 있는 장면으로 불편함을 끼쳐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네티즌은 조선구마사 대본을 쓴 박계옥 작가가 전작 ‘철인왕후’에서도 역사 왜곡 논란을 빚은 것과 그가 최근 중국 제작사인 쟈핑픽처스와 집필 계약을 했다는 것을 문제 삼으며 방송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