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위한 분주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배터리셀을 자체생산하거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수직계열화를 이뤄 내재화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배터리가 전기차 값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 향후 대중화 시기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 중 대량양산 능력을 지닌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은 본격적으로 배터리 자체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테슬라 역시 배터리 자체 생산시설 설립에 매진하고 있다. 일본 토요타는 흔히 전기차에 쓰이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 대신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2025년부터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최근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 내 배터리셀 공장 6곳을 지어 240Gwh 규모의 배터리셀을 자체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미국 합작법인을 통해 자체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테슬라는 미국 텍사스의 기가팩토리와 독일 베를린 공장에서 배터리 자체 생산을 준비 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결국 전기차 값과 연결돼 있다. 전기차는 현재 같은 차급의 내연기관차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다. 이에 각국 정부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급해 보급 촉진에 나선 상황이다. 다만 이 보조금은 점진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국가에서 2023년을 기점으로 보조금이 줄어들 것”이라며 “중국의 경우 2022년 12월까지 정부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힌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값을 떨어뜨리는 게 하나의 숙제가 됐다. 각 업체가 비슷한 전기차 기술력을 보유한 상황에서 보조금이 사라지면 가격 경쟁력 확보는 더욱 중요해진다.
업계에선 배터리 제조원가를 줄이는 게 전기차 값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다. 자체생산이나 수직계열화를 이루면 그만큼 값이 떨어뜨릴 수 있다. 현재 전기차 1대에 들어가는 배터리 값은 평균 220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최소 절반 이상으로 줄여야 동급 내연기관차와 맞먹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국내에선 현대차그룹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그룹은 현재까지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관련 연구인력을 지속 확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배터리 타입이나 셀 소재·디자인 등의 연구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거나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베스트증권 유지웅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단기간 내 배터리 자체 양산에 나설 가능성은 현재까지 낮다고 판단된다”며 “(삼성SDI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 등)대형 배터리 3사가 모두 한국에 있어 현대차는 경쟁 업체들과 다르게 지리적 이점 등 다양한 면에서 배터리 공급에 강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