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1년을 멈춰 섰던 도쿄올림픽 성화가 출발했다. 이 성화는 앞으로 120일간 일본 내 47개 도도부현을 순회한 뒤 올림픽 개막일인 7월 23일 주경기장인 도쿄 국립경기장으로 도착한다. 일본은 10년 전 대지진과 원전 사고의 재앙에 휩쓸렸던 후쿠시마에서 성화를 재점화해 감염병 유행까지 맞물린 국난을 극복하고 부흥할 의지를 천명했지만, 여전히 가파른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성화의 첫 번째 주자는 2011년 독일 여자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일궈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은 당시의 일본 대표팀, 일명 ‘나데시코(패랭이꽃) 재팬’ 선수들이다. 이와시미즈 아즈사를 포함한 16명의 선수들은 25일 오전 9시40분 일본 후쿠시마현 J빌리지 국가훈련센터에서 성화를 들고 달렸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 유행 억제를 위해 오전 9시부터 40분간 진행된 성화 봉송 행사를 간소화하고, 이동 경로에서 시민들의 관전을 제한했다.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행사장에 방문했지만,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예정대로 불참했다. 입장이 취소된 관객 3000명의 자리도 비워졌다. 그 자리를 취재진과 행사 관계자들이 채웠다.
환호성이나 박수소리가 들리지 않는 올림픽 성화의 출발을 놓고 일본에서는 실망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축하하는 자리가 싱겁고 빠르게 끝났다”고 쓸쓸했던 행사장 분위기를 묘사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유튜브 채널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제공된 성화 봉송 릴레이 온라인 생중계가 별다른 안내 없이 중단되거나 품질 낮은 화질로 송출된 점도 지적을 받았다. 아사히신문은 “영상 화질이 조잡해 하시모토 위원장을 포함한 행사 참석자들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올림픽 성화는 지난해 3월 12일 그리스 고대도시 올림피아에서 채화돼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같은 날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으로 봉송 릴레이를 시작할 때까지 1년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 올림픽 개막일은 지난해 7월 24일에서 364일이 순연됐고, 일본 외 거주자에 대한 관전은 불허됐다.
백신 보급에도 꺾이지 않은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세와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은 이미 출발한 성화 봉송 릴레이의 악재로 남아 있다. 일본 수도권 긴급사태가 해제된 지난 22일까지 816명으로 집계됐던 확진자 수는 최근 2000명 안팎으로 늘어 다시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성화 봉송 릴레이 경로 곳곳에서 스마트폰으로 주자를 촬영하는 시민들이 어렵지 않게 목격됐다. 일부 지점에선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단체로 주자들을 환영하는 장면도 생중계에 포착됐다.
올림픽 분산 개최지인 사이타마현의 오노 모토히로 지사는 자국민의 경기장 입장까지 제한하는 무관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각 도도부현 단체장은 일본의 올림픽특별법에 따라 경기 시설 사용을 제한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김철오 이동환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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