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닥쳤던 지난해 국민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이 오히려 전년보다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와 같은 집단 우울증이 일어나고 있는데다 각종 실물경제 지표가 최악인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통계청이 25일 공개한 ‘2020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중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의 비중은 61.6%로 전년보다 0.9% 포인트 증가했다. 2019년 삶의 만족도는 60.7%로 2018년(63.7%)보다 3.0% 포인트 하락한 바 있는데, 지난해 다시 오름세를 탄 것이다. 삶의 만족도는 여자(62.1%)가 남자(61.0%)보다 약간 높고, 대체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행복감 등 긍정 정서 경험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70.5%로 전년 대비 1.1% 포인트 증가했다.
이와 관련,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 놓여있다고 하더라도 그때 그때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 등에 따라 주관적 만족도가 크게 달라진다”며 “지난해 한국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방역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 등이 부각되며 국민들이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조사는 한국행정연구원이 매년 실시하는 ‘사회통합실태조사’의 일부다. 지난해에는 만 19세 이상 전국 국민 8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조사 기간은 9~10월이었다. 통계청이 앞서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었던 지난해 5월에 자체적으로 실시한 사회조사 결과에서도 일상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이 2년 전보다 3.9% 포인트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실물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이었다. 고용의 경우 올 2월까지 포함해 12개월 연속 취업자수가 급감해 22년만에 최장 기록을 이어가고 있으며 성장률도 외환위기 이후 처음 역성장했다. 집값 급등은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고 이로 인한 가계빚은 사상 처음 1700조원을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최고 통계기관이 객관적 항목이 아닌 주관적 인식을 바탕으로 현실과 맞지 않는 결과를 버젓이 알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 만족도 및 긍정 정서 부분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어제 어느 정도 행복했냐’, ‘어제 어느 정도 걱정했냐’, ‘어제 어느 정도 우울했냐’ 등의 질문도 있어 지나치게 단순하고 추상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삶의 질이나 행복감을 측정하려면 다양한 조사 지표를 활용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너무 간단하게 수치화한 측면이 있다”며 “결과적으로는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가 나왔다. 당장 부동산 문제, 고용 충격 등 객관적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 누가 과연 이 통계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