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리천장’ 깼나…‘성전환자’ 최초 고위공무원 임명

입력 2021-03-25 16:18

미국에서 최초로 상원 인준을 통과한 성전환자 출신 고위직이 탄생했다.

CNN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레이철 러바인 보건차관보 지명자는 24일(현지시간) 52표의 찬성표를 얻어 상원 인준을 받는 데 성공했다. 러바인은 커밍아웃한 성전환자 출신으로 상원 인준을 통과한 최초의 고위직이다.

현재 총 100석인 미국 상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석씩 양분한 가운데 공화당에서 2명의 이탈표가 나오면서 러바인은 상원 인준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 수잔 콜린스 상원의원(메인주)과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알래스카주)이 민주당과 입장을 같이 했다.

소아과 의사 출신인 러바인은 2017년부터 펜실베이니아주 보건장관을 지낸 바 있다. 그 당시 펜실베이니아주 코로나19 대응에 앞장서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후보 지명 후 러바인은 코로나19 대유행 약물 오남용, 에이즈 퇴치, 아동 면역력 향상뿐만 아니라 성소수자(LGBTQ) 문제를 사회적으로 환기해왔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의회에서 2년 만에 재추진되는 성 소수자(LGBTQ) 권리 확대 법안, 일명 '평등법'(Equality Act)이 연방하원을 통과한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들이 LGBTQㆍ트랜스젠더 프라이드 깃발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러바인 인준안은 미국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트랜스젠더 미국인들은 다른 집단보다 높은 학대, 우울증 등을 겪어왔다. 이 때문에 러바인처럼 (일반인들의) 무지와 공포의 장벽을 무너뜨려 줄 대중적으로 주목받는 국가적인 인물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차관보 취임 직후 러바인은 코로나19와 이민자 아동 등과 관련된 보건복지부의 광범위한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한편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러바인의 인준에 환영 의사를 드러냈다.

비영리단체인 ‘LGBTQ 빅토리 재단’의 어니스 파커 회장은 “증오로 가득 찬 정치인들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트랜스젠더의 목숨을 무기로 활용하는 이 시기에, 러바인의 인준 통과로 트랜스젠더들이 우리나라에 기여한 일들에 초점이 맞춰지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