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먀약·보톡스” 발언… 대법원 “명예훼손 아니다”

입력 2021-03-25 15:28
박래군 4.16연대 대표가 2017년 오후 전라남도 목포시 목포신항 앞에서 미수습자의 온전한 수습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마약을 하거나 보톡스 주사를 맞고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집회 발언을 명예훼손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25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박래군 인권활동가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박씨의 발언이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을 밝힐 필요성에 관한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세간에 널리 퍼져 있는 의혹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마약을 하거나 보톡스 주사를 맞고 있어 직무수행을 하지 않았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박씨의 발언이 피해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할 수 없으므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적 영역에서의 표현의 자유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밝히고자 한 사실관계는 ‘박 전 대통령 개인이 마약이나 보톡스를 했는지 여부’가 아니다”며 “국가기관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적정한지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므로 표현의 자유가 특히 폭넓게 보장돼야 하는 표현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2015년 6월 기자회견 도중 “박 대통령이 마약을 하거나 보톡스 주사를 맞고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청와대를 압수수색해서 마약하고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발언해 박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이 외 에도 일반교통방해, 집시법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1심과 2심은 박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1, 2심 재판부는 명예훼손과 관련해 “박씨의 발언은 악의적이고 심히 경솔한 표현에 해당해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