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이후 첫 탄도미사일
북한, 21일엔 순항미사일… 닷새 사이 두 번째 발사
강공책 택할 경우… 북한 핵실험 재개 등 악순환 우려
인내 선택해도… 북한 도발 중단 보장 없어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25일 발사한 2발의 미사일을 탄도미사일로 단정해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첫 탄도미사일 발사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지난 21일 순항미사일 2발 발사했던 것을 감안하면, 북한은 닷새 사이에 두 번이나 미사일을 발사했다.
특히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탄도미사일로 확인될 경우 문제는 복잡하게 꼬일 전망이다. 사거리와 관계없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발사가 그동안 퇴짜를 맞았던, 북한과의 외교 노력을 재개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입장에선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대화의 무대로 이끌기 위해 북한을 자극하는 행동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노골적인 도발을 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을 25일(현지시간) 가질 예정이다. 북한 미사일에 대한 질문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대응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향후 북·미 관계의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강공책을 택하느냐, 인내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CNN방송은 미국 고위 당국자가 “정보 평가에 따르면, 북한이 25일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ABC방송도 “북한이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ABC방송은 이어 미 정부 당국자가 “한 발은 중거리 탄도미사일이고, 다른 한 발은 새롭게 개량된 미사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이 동북아 지역에서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바이든 행정부에 전하려는 의도라고 CNN은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조를 이어갈지도 관심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해서만 예민하게 대응했다. 미국에 아무런 위협을 가하지 못하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은 눈감아주는 스탠스를 취했던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2019년 8월 “많은 나라들이 그런 미사일들을 시험한다”고 말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질서와 규범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를 모른 척 하고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일본 정부가 이번 미사일을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을 시사한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강공책을 선택할 경우 북한이 더 큰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브레이크가 없는 ‘강(强) 대 강(强)’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선 그동안 유예했던 핵 실험이나 ICBM 시험 발사 카드를 쥐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선뜻 강공책을 택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내를 선택해도 북한이 도발을 중단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또 미국 내에서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북한에 끌려 다닌다는 비판 여론도 부담이다.
벌써부터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1일 북한의 순항미사일 2발 발사에 대해 저자세를 취했다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순항미사일이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댔다.
ABC방송은 “고위 당국자가 (지난 21일 발사에 대해) ‘우리는 북한의 통상적인 군사 훈련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경시했다”고 지적했다. CNN도 “미 정부 당국자들이 지난 21일 발사를 ‘저강도 도발’이라고 평가했다”고 꼬집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21일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국방부에 따르면, 그건 ‘평상시와 다름 없는 일(business as usual)’”이라며 “그들(북한)이 한 것으로 인해 새로 잡힌 주름은 없다”고 말했다. 의미를 축소하는 데 동참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은 거의 마무리 단계다. 마지막 조율을 위해 다음 주말 워싱턴에서 한·미·일 3국의 안보실장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이번 발사가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