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자” 잠수교 포스트잇…아들은 숨진 채 부모 품에

입력 2021-03-25 10:53 수정 2021-03-25 13:09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어머니가 1주일 넘도록 잠수교 난간에 하나하나 붙여온 포스트잇은 결국 아들에게 전해지지 못했다. 잠수교에 차량을 두고 실종됐던 아들이 목숨을 잃은 채 가족 품에 돌아온 것이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일 잠수교에서 실종돼 많은 사람의 마음을 애타게 했던 김성훈(25)씨가 24일 동작대교 아래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동작대교 근처를 수색하던 한강 순찰대에서 밤 11시40분 김씨를 발견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즉시 가족분들께 전화를 드렸다”고 밝혔다.

김씨의 누나는 25일 새벽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등에 글을 올려 “어젯밤 11시40분쯤 아빠에게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성훈이 찾았다고, 동작대교 밑 한강에서”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서울 가서 확인해 보니 얼마나 오래 있었던 건지 우리 막둥이 많이 상해 있었다”면서 “우리 막둥이 발뒤꿈치만 까져도 아포아퐁 하며 자기 몸 끔찍하게도 생각했던 아기인데. 겁도 많아서 무서운 얘기만 하며 안 무서워 유치해! 하면서 허세 부리다가 잘 때는 자기 방 불 켜고 자는 애가 안 무서웠을까. 많이 무서웠을 텐데, 추웠을 텐데, 많이 외로웠겠다”라고 전했다.

이어 “성훈이 데리고 (본가인) 해남으로 간다”며 “부모님께선 우리 성훈이 우리 아들 배 많이 고팠을 거라고 맛있는 거 많이많이 차려줘야 한다고 어서 가자 성훈아 어서 가자 하시며 계속 우신다. 마음이 찢어진다. 마음이 찢어지는 게 이런 걸까”라고 토로했다.

김씨의 누나는 김성훈씨의 사연에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왔던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에 성훈이가 실종되고 난 후 저희 가족처럼 같이 찾아주시고 걱정해 주시고 위로해주시며 또 저희가 혹여 흔들릴까 잘 잡아주시던 분들 너무 감사하다”며 “혹여 이 좋으신 분들 성훈이 아직 못 찾았나 걱정에 잠 못 드실까 찾아주시다 몸이 상할까 겁나 이렇게 글을 올린다”고 마무리했다.

지난 12일 잠수교에 차량 한 대가 방치돼 있다는 신고가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로 접수됐다. 차량 소유주로 밝혀진 김성훈씨는 지난 7일 오후 4시14분쯤 잠수교 갓길에 주차한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잠수교 인근 CCTV에도 김씨의 모습이 찍히지 않아 찾는 이들의 마음을 애타게 했다.

전남 해남에 머물던 김씨의 어머니는 서울에 올라와 직접 아들을 찾아다녔다. 그는 “사랑한다 많이많이. 엄마 지금 서울에 있단다. 너를 찾고 있어”와 같이 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들을 노란 포스트잇에 적어 잠수교 지하차도 난간에 붙여 두기도 했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자 “어서 부모님께 돌아가라” “20대면 오늘 태어난 것처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 “가족과 함께면 해결 못 할 일이 뭐가 있겠냐” 등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인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