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친모로 드러난 석 모(48)씨와 아이를 버리고 이사 간 딸 김 모(22)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가 일부 공개됐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석 씨는 지난해 10월 딸 김 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숨진 아이의 이름을 언급하며 “눈썹을 빼고 둘째가 첫째를 닮았다”고 말했다.
석 씨가 말한 첫째는 숨진 3세 여아이며, 둘째는 김 씨가 현 남편과 재혼 후 지난해 8월 출산한 아이로 알려졌다. 이에 김 씨는 “엄마가 둘째 눈썹이 없다고 놀리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때는 이미 김 씨가 3세 딸을 빌라에 버려두고 이사 간 지 몇 달 뒤였다.
석 씨가 김 씨에게 숨진 아이가 자신의 아이인 것을 숨기고, 김 씨도 이러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김 씨는 숨진 여아의 친모가 석 씨로 확인되기 전 경찰 조사에서 이사 갈 당시 아이를 버려두고 간 데 대해 “전 남편의 아이라 보기 싫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김 씨는 전 남편과 오래 전 헤어졌고, 홀로 양육을 감당하지 못해 아이를 빌라에 버려둔 채 떠났다. 그는 지난해 8월 둘째 출산을 앞두고 인근에 위치한 재혼한 현 남편 집으로 이사했다.
앞서 석 씨는 3년 전 출산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회사 PC로 ‘셀프 출산’을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석 씨가 나 홀로 출산 또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병·의원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출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3차례 유전자 검사에서 모두 친모로 확인된 뒤에도 석 씨는 여전히 임신과 출산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달 10일 구미시 상모사곡동 한 빌라에서 3세 여아가 미라 상태로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최초 발견자는 석 씨로, 당시만 해도 그는 아이의 외할머니로 알려졌다.
그러나 4차례에 걸친 DNA(유전자) 검사 결과 석씨가 아이의 친모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석 씨가 자신의 딸(22·구속)과 비슷한 시기에 임신·출산을 했고, 자신이 낳은 아이와 딸이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 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된 석 씨는 여전히 임신·출산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DNA 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을 수는 없다”며 석 씨를 상대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석 씨는 미성년자 약취 및 사체유기 미수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됐다.
경찰은 “석 씨가 산부인과 등 의료기관에서 임신 관련 진찰을 받은 기록이 없다”며 “두 아이가 태어난 3년 전 휴대전화 통화나 데이터 자료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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