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을 당한 40대 가장 임모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해당 사건이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유가족이 엄벌을 내려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자영업을 하던 피해자는 코로나19로 폐업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보이스피싱 범죄까지 당해 지인에게 빌린 1200만원을 빼앗기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보이스피싱으로 고인이 된 오빠의 동생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숨진 임씨의 동생이라고 밝힌 A씨는 “2020년 10월 30일 보이스피싱을 당한 뒤 다음날인 31일 숨진 채로 집에 오게 된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오빠이자 든든한 가장을 잃게 된 유족”이라고 입을 뗐다.
A씨는 “(오빠는) 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받으면 이중계약으로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보이스피싱범의 말에 현금을 전달책에게 건네줬다”며 “황급히 택시를 타고 가는 피의자를 보며 (오빠는) 자신이 당한 걸 깨닫고 쫓아갔지만 놓쳤고, 경찰서에 가서 신고한 후 다음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임씨는 한 캐피털에서 대출을 받아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수십통의 전화가 쏟아졌다. 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받으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임씨는 이를 의심해 은행과 금융감독원에 전화를 걸어 해당 내용을 확인했다. 전화를 받은 사람들은 보이스피싱이 아닌 진짜 전화라고 임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임씨의 휴대전화는 이미 해킹된 상태였고 전화는 은행과 금감원이 아닌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연결됐다. 이들은 임씨에게 캐피털 대출금을 현금으로 갚아야 금감원 고발을 피할 수 있다며 사람을 보내겠다고 했다.
이를 몰랐던 임씨는 현장에 나온 B씨에게 1200만원을 건네고야 말았다. 코로나19로 폐업위기에 놓이자 지인들에게 빌린 전 재산이었다.
임씨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가족과 마지막으로 갔던 여행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경기 이천경찰서는 임씨의 유서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전달책인 B씨를 붙잡았다. B씨는 10년간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친 강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1억원의 대출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상태였고 이 과정에서 채권추심회사에 취업한 줄 알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B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게 되면서 수많은 피해자분이 계신다는 걸 알게 됐다”며 “구속재판 중인 B씨는 심신미약과 자신은 몰랐다고 모르쇠로 일관하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평생을 빚을 갚는 감옥에 살거나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데 피의자들은 법망을 피해 발버둥을 치더라”며 “더 이상의 피해자나 유족이 생기지 않게 법규가 마련되도록, 개정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게시판에 같은 내용의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전달책에게 강한 처벌을 간곡히 호소드려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25일 기준 96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