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총격 생존 한인 “방으로 쫓아와 내게 2발 쐈다”

입력 2021-03-25 10:01 수정 2021-03-25 10:46
미 애틀랜타 총격 현장에 놓인 조화와 애도 메시지. 연합뉴스

한인 4명이 숨진 미국 애틀랜타 총격 사건의 생존자가 당시의 긴박하고 참혹했던 상황을 전했다.

생존자 김모(48)씨는 24일(현지시간) 애틀랜타 한인 매체 애틀랜타K와 인터뷰를 통해 사건 당일 가해자와 맞닥뜨려 2발의 총격을 받았으나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고 밝혔다.

백인 남성 로버트 에런 롱은 지난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 3곳의 스파와 마사지숍에서 총격을 가해 한인 4명을 포함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김씨는 3명의 한인 사망자를 낸 골드스파에서 근무했고, 사건 당일 현장에 있었다. 그녀는 총격 직후 911에 전화해 신고한 인물이기도 하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총격 당시 스파 내 직원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며 끔찍했던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미 애틀랜타 연쇄 총격사건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왼쪽 사진)과 총격사건 현장. AFP,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용의자가 울린 벨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3발의 총소리가 들렸다”며 “강도가 든 줄 알고 대피하러 문을 열고 나갔다가 복도에 동료 직원인 박모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범인이 나를 보고 방으로 쫓아와 내게 2발의 총을 쐈고 너무 겁이 나서 비명을 질렀더니 아마 총에 맞은 줄 알았는지 더 이상 쏘지 않았다”며 위험천만했던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범인은 전혀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유유히 가게를 빠져나갔다”고 덧붙였다.

정신을 차린 김씨는 잠시 후 조심스럽게 복도로 나가 3명의 동료가 희생된 것을 발견했다. 그는 “너무나 무섭고 죽을 것 같았지만 911에 신고했다”며 이어 남편에게도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롱에 대해 “우리 업소에 자주 왔다고 하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면서 “내가 우리 가게에서 가장 오랜 일한 편인데 (롱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말도 없이 침착하게 총을 쏘는 롱의 모습이 떠올라 아직도 무섭다고 했다.

김씨는 사건 이후 정신과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고 있으며 “사건 이후 내가 왜 혼자 살아 남았는지 후회가 되고, ‘나도 따라 죽었어야 했나’ 하는 생각 때문에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범인에 대해 끝까지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양재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