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프랑스·독일, 미·중 사이 전략적 균형 추구”
다만, 블링컨 “동맹국들, 중국 강압엔 협력해야”
안보 위협으로 ‘중국·러시아·이란·북한’ 거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들에게 ‘우리 또는 그들(중국)’의 선택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도 중국의 강압적인 조치에 대해선 동맹국들 사이의 협력을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미국 동맹들의 재확인과 재창조’라는 제목으로 한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블링컨 장관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은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을 의식한 발언이다. 로이터통신은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동맹국들은 미·중 사이에서 한쪽으로 기우는 것을 피하는 전략적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프랑스가 이끄는 유럽연합(EU)도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발언이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도 지켜봐야 할 대목으로 떠올랐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나토 본부 연설에서 “중국의 강압적인 조치가 우리의 집단 안보와 번영에 위협을 가하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예를 들어 기후변화와 보건 안전 등 가능한 이슈에서 다른 나라들이 중국과 협력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들이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동맹국들에게 “중국이 강압적 압력을 가하는 기술과 기반시설 등 분야에서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우리는 최후통첩이 아니라 혁신에 의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5세대 이동통신을 언급하면서 “중국의 기술은 심각한 감시 위험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스웨덴·핀란드·한국·미국 등의 기술 기업들을 한데 모으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을 육성하기 위해 공공·민간 투자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블링컨 장관은 여전히 중국을 가장 긴급한 위협으로 꼽았다. 그는 “중국은 항행의 자유를 위협하고, 남중국해에 군대를 파견하고, 매년 중국의 군사적 야욕은 증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다른 안보 위협으로 러시아를 꼽았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중국과 러시아를 넘어, 이란과 북한도 핵과 미사일을 추구하면서 미국의 동맹국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연설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나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과 힘을 합치면 전 세계 GDP의 60%까지 달할 수 있다”면서 “이는 중국이 무시하기 훨씬 어려운 규모”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나토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머문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