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친모, 딸도 속였나…“둘째가 첫째 닮았네” 문자

입력 2021-03-25 07:25 수정 2021-03-25 10:20
JTBC 보도화면 캡처

경북 구미의 빌라에서 숨진 3세 여아가 홀로 방치됐던 시점에 친모로 밝혀진 석모(48)씨와 딸 김모(22)씨가 나눈 문자메시지가 공개됐다.

24일 경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석씨는 딸 김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눈썹 빼곤 둘째가 첫째를 닮았다”고 말했다. 이에 김씨는 “엄마가 둘째 눈썹이 없다고 놀린다”고 답했다.

첫째는 사망한 아이, 둘째는 김씨가 재혼 후 낳은 아이를 뜻한다. 석씨가 김씨에게 숨진 아이가 자신의 아이인 것을 숨기고, 김씨도 이를 몰랐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시점은 김씨가 숨진 아이를 빌라에 혼자 남겨둔 채 재혼한 남성의 집으로 이사한 후였다. 김씨는 지난해 8월 초 아이를 홀로 남겨두고 떠났고, 지난달 아이는 반미라 상태로 발견됐다.

“빌라 아래층에 살면서도 왕래를 전혀 하지 않아 6개월 동안 아이가 사망한 것을 몰랐다”는 게 당초 석씨의 주장이었지만 메시지에 적힌 하트 모양과 다정한 내용으로 볼 때 모녀 사이는 좋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3번에 걸친 유전자 검사 결과를 내밀어도 석씨는 줄곧 “출산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에 유전자검사를 다시 의뢰했다.

경찰은 3년 전 석씨가 근무한 회사의 PC를 압수수색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한 결과 그가 ‘셀프 출산’과 ‘출산 준비’ 등을 검색한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석씨가 병의원이 아닌 장소에서 출산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