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 ‘조선구마사’ 폐기하라” 靑청원 12만명 돌파

입력 2021-03-25 07:05 수정 2021-03-25 10:18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드라마 ‘조선구마사’ 포스터. SBS 제공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방영 중지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에 하루 만에 12만명 이상이 몰려 동의를 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역사왜곡 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즉각 방영중지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게재 하루 만인 25일 오전 기준 12만3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추세대로라면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해야 하는 기준인 20만명 동의를 쉽게 넘길 것으로 보인다.

청원인은 “SBS에서 방영된 조선구마사 드라마는 역사를 왜곡하고 중국의 동북공정을 받아들이는 듯한 내용과 화면으로 점철됐다”며 “방송 도입부에 ‘본 드라마의 인물, 사건, 구체적인 시기 등은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며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알려드린다’라는 안내 자막을 넣었으나, 실제 역사 속 인물과 사건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어떻게 역사적 사실과 무관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부터 판타지로 풀어내려면 모든 등장인물을 새롭게 창조했어야 했다”며 “역사적 인물이 그대로 나오는데, 특히 조선의 역사를 모르는 외국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아, 저 때 저 사람이 저랬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까”라고 반문했다.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드라마 ‘조선구마사’ 방송화면 캡처. SBS 제공

또한 “태종이 환시와 환청으로 인해 백성들을 무참히 도륙하는 것, 충녕대군이 통사 마르코와 바티칸에서 파견된 구마 전문 신부 요한에게 중국의 과자 월병에 중국식 인테리어의 기생집까지. 도대체 PD, 작가, 미술감독은 뭐 하는 사람이고 방송 제작을 결정하고 관리감독하는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인가”라며 “지상파에서 이런 내용이 문제없이 방송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찍어놓은 장면들 아깝다 생각 말고 국민에게 더 이상의 스트레스를 주는 쓰레기 같은 내용의 드라마는 바로 폐기하고 종영하기를 바란다. 이렇게 심각한 역사왜곡이 법적으로 나오지 않도록 청와대에 재발방지를 요청하는바”라며 “이런 쓰레기 같은 내용에 아무 문제의식 없이 출연한 배우들도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선구마사’는 조선 태종 시대 배경으로 한국형 크리쳐 사극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2일 첫 방송에서 태종이 무고한 백성을 잔혹하게 학살했다는 내용을 담아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렸다. 기방의 한 장면에서 중국식 만두를 비롯해 중국 술, 중국 간식 월병, 피단(오리알을 삭힌 중국 음식)이 놓여 있는 부분도 문제가 됐다.

논란이 커지자 ‘조선구마사’ 측은 문제가 된 장면들을 삭제하고 다음 주 한 주 결방을 통해 드라마를 재정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비판 여론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광고에 참여한 대다수 기업도 줄지어 제작 지원을 철회하고 있어 작품이 계획대로 방영될지는 미지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