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22년 기다린 스토킹 처벌법, 실효성 없어”

입력 2021-03-24 21:13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의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계는 24일 ‘스토킹 처벌법’(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정부 및 입법부가 여전히 스토킹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날 오후 ‘22년만의 스토킹 처벌법 제정, 기꺼이 환영하기 어려운 이유’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법률안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질 때만 ‘범죄’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피해자는 단 한 번의 행위만으로도 공포나 불안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공포와 불안을 느껴야만 피해로 인정하는 것은 피해자다움에 대한 강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입을 막는 반의사불벌 조항의 존속,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의 부재,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위한 지원제도 미비 등 현재 법률안으로는 피해자 보호와 인권 보장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번 법률안이 언뜻 동거인과 가족을 피해자의 범주에 포함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을 스토킹 ‘행위’의 대상으로만 규정할 뿐 실질적인 보호조치는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여성의전화는 “고작 이런 누더기 스토킹 처벌법을 얻기 위해 22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면서 “우리는 엄중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인권보장을 중심으로 하는 제대로 된 스토킹 처벌법을 원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스토킹 처벌법을 재석 238명, 찬성 235명, 기권 3명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이 1999년 15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논의된 지 22년 만이다.

제정안은 ▲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기 ▲ 주거지 등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기 ▲ 통신매체를 이용해 연락하기 ▲ 물건 보내기 등을 스토킹 행위로 규정했다. 이런 행위가 지속되거나 반복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가중된다.

또 스토킹 행위에 대한 신고가 있는 등의 경우 경찰은 100m 이내 접근금지와 같은 긴급조치를 한 후 지방법원 판사의 사후승인을 청구할 수 있다.

현행법은 스토킹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경범죄 처벌법인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해 ‘1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료 또는 과료’에 그쳐 처벌이 미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