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던 북한과 중국간 육로 운송이 이르면 다음 달 중순 재개될 전망이라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4일 보도했다. 1년 넘게 닫혀 있던 북·중 국경이 열리면 양국간 밀착 움직임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북·중 무역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북한에 보내는 원조 물자를 중심으로 다음 달 중순 열차 왕래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중국이 북한에 보낼 쌀과 옥수수, 콩기름, 밀가루 등이 지난달 지린성에서 북·중 접경인 랴오닝성 단둥시로 운송됐다고 덧붙였다.
단둥시에는 원조 물자와 농업용 비닐 등을 실은 1000여개의 컨테이너가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중 무역 관계자들에게는 왕래 재개를 준비하라는 통지가 내려왔다고 한다.
북한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 1월 말 중국과 맞닿은 국경을 전격 폐쇄했다. 이후 북·중 사이에 인적, 물적 교류는 사실상 끊긴 상태다.
현재 중국에서 북한으로 사람이 들어가는 관문은 하나다. 단둥에서 신의주로 가 격리한 뒤 그곳에서 북측 인사들을 만나 업무를 처리한 다음 중국으로 돌아오는 식이다. 신의주를 방문했던 북측 인사들도 원래 있던 지역으로 돌아가기 전 반드시 격리를 거쳐야 한다.
북·중간 인적 왕래는 끊기다시피 했지만 물자는 오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건설 사업을 독려한 이후 중국에서 시멘트를 생산하는 중고 설비가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엄격한 방역 조치를 고수해온 북한이 국경을 언제 개방할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단둥과 맞닿은 압록강변 철책에 ‘지뢰 주의’라고 적힌 팻말을 곳곳에 붙여놨다. 이 소식통은 “실제 지뢰가 매설돼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북한이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이런 경고 팻말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북한은 여전히 전염병 확산 공포가 크다는 얘기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도 지난해 10월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북·중 국경 연선 구간에 지뢰를 매설했고 무단으로 강에 접근하는 자들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었다.
북한은 국제사회 제재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고립, 지난해 홍수 피해 여파 등 3중고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서 내각 부총리를 지낸 무역 전문가 리룡남을 주중 대사로 보낸 것도 중국과 경제 교류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상 북한이 부부장급 인사를 주중 북한 대사로 임명했던 것과 비교하면 리 대사는 급이 높다. 지난달 18일 중국에 입국한 리 대사는 지난 18일 중국 외교부에 신임장을 제출하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중국이 미국과 동맹국들의 전방위적인 제재 압박에 맞서 북한,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도 북·중 교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구두 친서를 주고받고 단결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양국 교류가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대북 제재 틀을 공개적으로 깰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중국은 안보리가 조속히 대북 제재 조치, 특히 민생 관련 규정을 조정할 것을 여러차례 호소한 바 있다”며 “이는 북한 민생 상황을 개선하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조건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