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붕대’ 김연경, 봄 배구 연장과 중단의 기로

입력 2021-03-24 18:07 수정 2021-03-24 20:45
흥국생명 레프트 김연경(오른쪽)이 24일 인천 계양 실내체육관에서 IBK기업은행과 대결하는 2020-2021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최종 3차전을 앞두고 오른손을 붕대로 감은 채 코트로 나와 몸을 풀고 있다. 인천=김철오 기자

김연경(33·흥국생명)이 한국에서 11년 만에 맞이한 ‘봄 배구’를 연장할까. 손 부상을 입었지만 의지는 결연하다. 이제 물러설 수 없는 플레이오프의 벼랑 끝에서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위한 투혼을 발휘한다.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은 24일 오후 7시 인천 계양 실내체육관에서 시작되는 2020-2021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최종 3차전을 앞두고 있다. 정규리그 2위인 흥국생명과 3위인 기업은행은 3전 2선승제인 플레이오프에서 1승 1패로 맞서 있다. 어느 팀이든 승리하면 오는 2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리그 1위 GS칼텍스와 5전 3선승제로 우승을 다투는 챔피언 결정전으로 넘어간다.

김연경에게 이날 경기는 한국 복귀 시즌의 연장과 종료를 결정하는 기로다. 김연경은 지난해 5월 터키 엑자시바시와 계약을 만료하고 그 다음달 흥국생명과 1년간 3억5000만원 선으로 계약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프로 초창기인 2005년부터 4시즌간 활약한 ‘고향’이다. 2009년 일본 JT 마블러스로 이적해 해외로 진출했고, 2011~2017년 터키 페네르바체, 2017~2018년 중국 상하이, 2018~2020년 엑자시바시를 거쳐 왔다.

이 틈에 세계 최고의 레프트로 성장해 ‘배구의 메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런 김연경의 복귀는 흥국생명의 전력 상승은 물론, V-리그 전체의 흥행카드로 평가됐다. 흥국생명은 시즌 중후반까지 독주를 펼치며 ‘김연경 효과’를 톡톡히 봤다.

흥국생명 레프트 김연경(오른쪽)이 24일 인천 계양 실내체육관에서 IBK기업은행과 대결하는 2020-2021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최종 3차전을 앞두고 오른손을 붕대로 감은 채 코트로 나와 몸을 풀고 있다. 인천=김철오 기자

흥국생명 선수들이 24일 인천 계양 실내체육관에서 IBK기업은행과 펼칠 2020-2021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최종 3차전을 앞두고 코트에서 몸을 풀고 있다. 인천=김철오 기자

하지만 팀의 핵심 전력인 쌍둥이 이재영·다영 자매가 학교폭력 전력으로 무기한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뒤부터 흥국생명은 패배를 거듭해 2위로 주저앉았고, 김연경은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하지 못하고 포스트시즌으로 넘어왔다. ‘봄 배구’에서 반전을 노리는 김연경의 의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흥국생명이 이날 경기에서 패배하고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면 김연경의 1년짜리 계약도 만료된다.

김연경은 지난 18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한국에서 배구를 (계속) 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기회를 잡아 우승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9득점을 뽑아내고 승리를 이끌었지만, 2차전에서 기업은행의 블로킹 벽을 뚫지 못해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조기에 확정하지 못했다. 2차전 4세트 막판 오른손을 다쳐 통증을 호소했다.

김연경의 회복 정도가 흥국생명의 포스트시즌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김연경은 경기를 1시간여 앞둔 오후 6시쯤 오른손을 붕대로 고정하고 코트로 나와 몸을 풀었다.

인천=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