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때문에 오세훈이 극우? 그럼 박영선도 극우”

입력 2021-03-24 17:52
왼쪽은 오세훈 후보가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는 모습. 오른쪽은 박영선 후보가 2016년 연단에 서서 발언하는 장면. 유튜브 김문수TV 채널, 이준석 전 최고위원 페이스북 캡처

더불어민주당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주도의 태극기 부대 집회에 참석한 과거를 언급하며 ‘극우 정치인’이라는 표현을 쓰자, 5년 전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전 목사와 함께 연단에 섰던 사실을 지적하는 반격이 나왔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은 24일 페이스북에 “전 목사와 같이 행사에 참석했다고 해서 극우라고 몰아붙인다면 박 후보도 같이 극우 하시라”며 박 후보가 전 목사가 참석했던 행사 영상 캡처를 올렸다.

2016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나라와 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한 3당 대표 초청 국회 기도회’를 촬영한 한 언론사의 영상으로, 이 행사는 전 목사가 이끌던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 운동본부’가 주관했었다. 박 후보는 김종인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대신 현장을 찾았으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참석했다.

박 후보는 연단에 서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여러분께 다시 한번 동성애법, 차별금지법, 인권 관련법 그리고 이슬람 문제. 저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강하게 말씀드린다”며 “동성애법은 자연과 하나님의 섭리를 어긋나게 한다. 민주당은 이 자리에 계신 한기총의 모든 목사님과 기독교 성도들과 뜻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사회자였던 전 목사가 “박영선 의원님을 야당 대표로 세웁시다”라고 추켜세우는 장면도 있다.


이를 두고 박 후보 캠프 측은 연합뉴스에 “극우 집회와 국회 기도회는 행사 성격, 참석자 면면, 발언 내용 등이 완전히 다르다”며 “오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을 파면하라’고 말한 것과 종교인이 의례적으로 덕담한 것을 같은 맥락에서 비교할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 페이스북 글

앞서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오 후보가 2019년 10월 전 목사가 주도한 태극기 부대 집회에 참석해 문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 중증 치매 환자, 정신 나간 대통령 등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광기 어린 막말 선동을 했다”며 “오 후보가 중도 이미지로 알려져 있는데 집회에서 연설한 것을 보니 MB 아바타를 넘어 완전 극우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아이들 무상급식 밥그릇을 걷어차고 중도 사퇴한 오 후보가 10년 동안 반성했다고 하는데 무엇을 반성했는지 모르겠다”며 “태극기 부대의 품에 안겨 증오와 적개심으로 무장해서 극우 정치인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또 “태극기 집회에 앞장선 오 후보의 출마는 그 자체로 서울시민을 모독한 것”이라며 “이는 촛불 정신에 대한 정면도전이고 극우 오 후보의 등장과 함께 태극기 부대의 광화문 도심 활극이 벌써 걱정된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같은 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 직무대행의 발언을 정면으로 되받았다. 그는 “당시 우리 당 주최의 광화문 집회에 갔었고 여러 집회에서 두세 차례 연설했던 걸로 기억한다”며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인 문 대통령이 민의를 존중하는 대통령인가, 독재자 아니냐고 말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정부의 실정 중 하나가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갈라치기, 반통합 분열 정치하는 거라고 지금도 굳게 생각한다. 그게 독재자가 아니냐”고 반문하며 “저는 정치적 선택에 앞서서 정치공학 근거해 판단하는 걸 거의 본 적 없을 정도로 우직하게 정치를 해왔다. 문재인정부 실정과 무능, 부패, 독재에 분노하는 분들이라면 전부 이번 선거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