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관 “사법영역은 우리편, 상대편 갈라서는 안된다”

입력 2021-03-24 17:50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24일 “정치와 전쟁에서는 피아식별이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사법 영역에서는 우리편, 상대편으로 편을 갈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검찰 인사와 검찰총장 징계 청구,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등의 여러 사태를 겪으면서 분열된 검찰 내부 갈등을 봉합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조 대행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검찰은 언제부터인가 라인, 측근 등 언론으로부터 내편, 네편으로 갈라져 있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고, 우리도 무의식 중에 그렇게 행동하고 상대방을 의심까지 하기도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편을 나누기 시작하면 정의와 공정을 세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 안팎에선 조 대행의 평소 소신과 철학이 반영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과거 서울동부지검장 재직 시절 취임사에서 “정의는 항상 실체적 진실에 기초해 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세월이 바뀌는 정의는 정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대행은 발언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검찰총장 직무대행 직무를 맡은 이후 고검장 회의를 비롯해 대검 부장회의, 확대간부회의 등을 열어 내부 목소리를 경청해왔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 분열 사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해왔다”며 “검찰 조직 안정화에 방점이 찍힌 듯 하다”고 했다.

조 대행은 “법리와 증거 앞에 우리 모두 겸손해야 되고 자신의 철학이나 세계관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최근 검찰의 최대 현안이었던 한 전 총리 사건 처리 과정을 놓고 나온 고언이라는 게 검찰 내부의 지배적 분석이다.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의 무혐의 처분 이후에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고검장들까지 불러 사건을 재심의 했다. 이후에도 박 장관이 수용·불수용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합동 감찰을 지시하면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조 대행의 메시지가 최근 검찰 내부의 분열과 갈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왔다는 반응도 있다. 향후 임명될 검찰총장에 어떤 인물이 오든 내부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담겼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차기 총장을 두고 ‘라인’이나 ‘측근’으로 지목되는 인물이 온다면 오히려 외풍을 막는 게 아니라 외풍을 전달하는 인물이 될 것이라는 자조도 나오고 있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솔직히 검찰의 앞날을 희망적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