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하루 사망자 3000명 넘어… “학살자” 대통령 퇴진 시위

입력 2021-03-24 17:48 수정 2021-03-24 18:06
23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소재 빌라 포르모사 공동묘지에서 코로나19 사망자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는 모습 . AFP 연합뉴스

브라질의 코로나19 하루 사망자가 처음으로 3000명을 넘어섰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분노한 국민들은 자이르 보우소나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브라질 보건부는 23일(현지시간) 하루 사망자가 종전 최다 기록인 지난 16일의 2841명보다 410명 많은 3251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누적 사망자는 29만8676명으로 늘었다.

지난달 말부터 이날까지 전국 27개주 가운데 20개주에서 사망자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브라질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자 의료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상파울루주의 하루 사망자가 1000명을 웃돌면서 보건당국엔 비상이 걸렸다. 상파울루 주정부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하루 사망자가 1021명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신규 확진자는 최근 8만∼9만명대에 머물러 있다가 21일과 전날엔 4만명대로 진정세를 보였지만 이날은 다시 8만명대로 올라섰다. 누적 확진자 수는 1213만19명으로 집계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 카리사 에티엔 국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불행하게도 브라질의 끔찍한 상황이 이웃 국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모든 브라질 국민이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브라질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코로나19에 대한 무책임한 행태를 비난하는 ‘냄비 시위’가 벌어졌다.

냄비나 프라이팬, 주전자 등을 두드리는 이 시위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시민들 사이에서 확산됐다. 시민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대량학살자”라고 부르며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TV·라디오 연설을 통해 “올해 안에 모든 국민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겠다. 올해 말까지 5억회분의 백신을 확보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곧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브라질 언론은 브라질 보건부가 이달 말까지 5710만회분의 백신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목표량을 4730만회분으로 줄인 사실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이 구체적인 근거 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자신의 행태에 대해 반성하지 않으면서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하자 말을 바꾸고 있다고”고 비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해 말 북동부 바이아주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나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바보 멍청이들”이라고 말했다. 또 “백신을 맞은 사람이 악어로 변해도 나는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며 백신 접종을 조롱하기도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