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초전으로 꼽히는 4·7 재보궐선거의 공식선거운동이 25일 막을 올리면서 여야가 13일 간의 물러설 수 없는 혈전에 돌입했다. 이번 재보선은 결과에 따라 유력 대권주자들의 희비는 물론 정계 지형까지 크게 뒤흔들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각각 ‘정권 재창출’과 ‘정권 탈환’ 승부처에서 마주한 여야는 파상 공세를 펼치며 초반 기선 제압에 나섰다. 공식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24일 여야는 서로를 겨냥해 격렬한 비방과 네거티브 선전에도 열을 올렸다.
국민의힘은 오세훈 후보가 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로 선출된 뒤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오 후보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실정과 무능의 대명사” “반통합·분열의 독재자” 등의 표현을 쓰며 맹비난했다. 이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문재인의 아바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후보와의 일대일 맞대결 상황에서 반문재인 여론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여권의 최대 악재로 떠오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을 오 후보에 투사하며 맹반격했다. 박 후보는 라디오에서 “오 후보의 내곡동 토지 문제는 지금 LH 사태의 원조격”이라며 “‘나는 몰랐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도 오 후보를 겨냥해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를 넘어선 극우 정치인. 국정농단 세력의 준동을 막기 위한 깨시민(깨어 있는 시민)의 행동이 절실하다”며 지지층의 결집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선거운동 기간에 ‘LH 사태’로 여권에 등을 돌린 민심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보수지지층뿐 아니라 중도·무당층 표심을 얻는 데 당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 후보 측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전날 오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패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당 관계자는 “정부·여당의 실정에 비판적인 여론을 하나로 모아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야권의 ‘정권 심판론’ 프레임을 ‘인물론’으로 뒤집는다는 각오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향후 오 후보와의 토론회 등에서 박 후보의 진가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유력 대선주자를 활용한 측면 지원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박 후보는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의 ‘유치원 무상급식’ 정책을 공약으로 차용한 데 이어 이날 이재명 경기지사와 국회에서 만남을 갖고 ‘보편적 재난지원금’ 정책에 대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국회 레스토랑 특혜’ 의혹을 거론하며 총공세를 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김영춘 후보가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비위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많은 국민이 민주당이 시장을 맡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5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공직선거법에 제한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로운 선거운동이 허용된다.
양민철 김경택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