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손사래에도 불구하고 연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헌사를 올리고 있다. 박 전 시장의 공과를 따져보자는 취지지만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임 전 실장은 24일 페이스북에 “이명박·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속도와 효율이 강조됐다면 박 전 서울시장 시절에는 안전과 복지가 두드러졌다”며 “안전하고 깨끗한 서울을 원하는 시민의 요구에 순명(順命)한 것”이라고 썼다. 이어 이명박·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 대해 “대규모 뉴타운 개발로 대표되는 토목행정이 상징이다. 20개가 넘는 자율형사립고를 허가해 고교 서열화를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박 전 시장의 시정에 대해선 “비판적 시각이 많다. 시장의 질서나 기업의 효율 등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그것”이라며 “하지만 박 전 시장이 당선된 것은 서울시민의 생각이 변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임 전 실장은 “아픔과 혼란을 뒤로하고 선거를 다시 치르는 시점에 이런 문제에 대한 성찰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은 글을 올리는 배경을 설명했다.
임 전 실장은 전날에도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 그의 열정까지는 매장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그는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라고 치켜세운바 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이날 한 라디오에서 “개인적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얘기하긴 그렇지만 앞으로 그런 일 안했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피해 여성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상처를 건드리는 발언은 자제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그럼에도 임 전 실장은 곧바로 박 전 시장에 대한 찬사를 남긴 셈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의 비극적 운명이 슬프고, 성희롱 피해자의 처지 역시 슬프다”고 쓰며 논란에 가세했다. 피해자 처지도 강조한 글이지만 박 전 시장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