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시작한 국내 최초 오페라축제인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가 2017년 이후 4년 만에 막을 올린다. 이번 축제에 오르는 오페라들의 가사와 대사는 모두 한국어다. 한 무대에 여러 공연이 오르는 레퍼토리 시스템도 도입했다.
다음 달 4일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하는 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기자간담회가 24일 열렸다. 행사에는 축제의 공동위원장인 박수길 전 국립오페라단 단장, 이건용 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이 참석했다. 예술감독인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대표, 집행위원장인 최지형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 이사장도 자리를 빛냈다.
이 축제는 오페라의 대중화를 목표로 한다. 지난 22년간 120개 단체가 참가했다. 올해에도 오페라 관객의 저변 확대와 창작오페라 발굴·육성을 목표로 20일 동안 총 22회의 공연을 선보인다. 장수동 위원장은 “소극장오페라는 결국 독립영화와 같다”며 “독립영화 ‘미나리’처럼 소극장오페라가 주목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페라의 역사는 450년이 넘는다. 국내에서 공연하지 못한 작품이 많은데 이 축제는 그런 공연을 위한 장”이라며 “소극장오페라축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축제에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젊은 오페라 연출가와 지휘자가 참여한다. 4월 한 달간 총 다섯 개 작품이 번갈아 5회씩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춘향탈옥은 2회). 창작오페라로는 ‘김부장의 죽음’ ‘달이 물로 걸어오듯’ ‘춘향탈옥’이 관객을 만나고, 번안오페라로는 ‘엄마 만세’ ‘서푼짜리 오페라’가 있다.
이번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100% 우리말 오페라라는 점이다. 해외 작품 번안 공연이라도 우리말로 번역하도록 했다. 성악가의 대사와 노래를 어려운 외국어로 들어야 했던 기존 오페라와 달리, 자막을 읽을 필요 없는 한국어 대사와 노래로만 구성해 오페라 초심자부터 마니아까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성악가 조수미는 축하 영상을 통해 “올해 공연될 다섯 작품 모두가 우리말로 된 노래와 대사로 진행되는데 정말 획기적”이라고 말했다.
처음으로 레퍼토리 시스템을 도입해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 시즌에 여러 개의 작품을 일정 기간 번갈아 가며 공연하는 시스템으로, 같은 무대에서 매일 공연이 바뀌게 된다. 매일 작품을 교체하기 때문에 관객은 오페라를 선택해서 볼 수 있다. 오페라가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공연 시간은 확 줄였다. 기존 오페라는 평균 러닝타임이 3시간이 넘지만 이번 축제의 공연들은 인터미션을 포함해 평균 90분으로 구성했다. 무대와 객석이 가깝다는 점도 소극장오페라의 묘미다.
오랜 역사를 지닌 축제지만, 재정난 탓에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공백기를 가졌다. 지난해에는 리허설까지 마쳤으나 코로나19로 취소됐다. 4년 만에 축제가 관객을 맞을 수 있는 이유는 예술의전당의 협조 덕분이었다. 예술의전당 사장인 유인택 위원장은 “순수예술 분야의 젊은 예술가가 좁은 국내 무대가 아닌 해외를 떠돌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소극장오페라는 그동안 민간에서 개최됐지만 공공의 영역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축제는 창작과 대중성을 지향한다”며 “오페라 애호가뿐 아니라 초심자 관객도 오페라의 매력을 만끽할 기회”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