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에 실패하자 출산한 아이를 살해하고 시체를 숨긴 20대 부부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윤성묵)는 24일 영아살해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받은 A씨(28)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시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전 남자친구 B씨(23)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는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A씨에게는 아동 및 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 복지시설에 5년간 취업을 제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방법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다만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벌금형 외에 다른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2019년 5월 서울 중랑구 자택 화장실에서 24주 된 여자아이를 출산한 뒤 변기에 넣고 1시간가량 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양육할 수 없다는 생각에 출산 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A씨와 아이 시체를 유기하기로 하고, 이틀 뒤 B씨 집 근처에서 소각을 시도했다. 이후 소각에 실패하자 인근 풀밭에 땅을 파고 묻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B씨는 2018년 스마트폰 앱을 통해 만나 연인으로 발전한 뒤 아이를 갖게 됐다. A씨는 B씨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으나 책임감과 경제 능력이 없는 데다 외도까지 반복되자 낙태하기로 결정하고 불법 낙태약을 복용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는 스스로 출산한 아기가 죽어가는 것을 방관했다”며 “나아가 B씨와 함께 단순히 땅에 묻는 것이 아니라 소각을 시도한 점 등을 보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