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측이 항소심 첫 공판에서 “한직을 떠도는 시절 주변인들로부터 받은 도움일 뿐이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판결은 부당하다”고 작심 비판했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승련)는 24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 전 부시장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와 부산시에서 재직하던 2010∼2018년 신용정보·채권추심업체 대표 등으로부터 4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유 전 부시장이 지난해 6월 위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진행하느라 1심 선고가 나고 10개월이 지나서야 항소심이 시작됐다.
첫 공판부터 검찰과 유 전 부시장 측은 팽팽히 부딪쳤다. 검찰은 우선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던 친동생 취업 청탁 의혹과 금품을 준 금융업계 관계자에게 표창장을 수여한 혐의 등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원심이 (취업청탁에 대해)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면서도 묵시적 청탁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본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표창장에 대해서도 “우연히 수여한 게 아니라 본인이 지휘감독하는 공무원에게 금융위원회 표창장 선발 재량이 주어지자 포상대상자에 포함하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 양형에 대한 작심 비판도 이어졌다. 유 전 부시장은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9000만원 및 추징금 40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그동안의 경험상 원심의 양형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피고인의 형량은 양형기준 허용범위를 명백히 일탈해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유 전 부시장 측은 “검찰이 주장하는 뇌물이 피고인의 어떤 직무와 관련된 것인지 알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뇌물수수죄가 성립하려면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입증돼야 하는데, 유 전 부시장의 경우 두 요건이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유 전 부시장 변호인은 “피고인이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부속실에서 근무했었다는 이유로 이후 정권에서 한직으로 떠돌자 주변 사람들이 도움을 준 것”이라며 “피고인은 친한 지인들이 선의로 도와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1심 양형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피고인이 수사와 구속, 재판을 거치며 많은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받았고, 1심 선고 직후 위암이 발견돼 위의 70%를 절제했다”면서 형량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날 법정에 나온 유 전 부시장은 부쩍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건강이 좋지 않은 듯 불편한 걸음걸이를 보였고, 인정신문에서 생년월일과 직업을 답하는 목소리는 거칠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8일을 두 번째 공판기일로 잡았다. 유 전 부시장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지인 등 2명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계획이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