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미·유럽 겨냥 파운드리 진출…삼성 ‘반도체 2030’ 빨간불

입력 2021-03-24 15:23 수정 2021-03-24 15:29
팻 겔싱어 인텔 CEO가 23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7나노 공정으로 만드는 서버용 그래픽칩 '폰테 베키오'를 소개하고 있다. 인텔 제공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참전을 선언했다.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주요 테크 기업도 인텔을 지지하고 나섰다.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에서 부각된 아시아 지역 편중 구도를 깨겠다는 것이다. 파운드리를 ‘반도체 비전 2030’의 지렛대로 삼았던 삼성전자에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는 23일(현지시간) ‘인텔 언리쉬’ 행사에서 인텔의 새로운 전략 ‘IDM 2.0’을 발표했다. 초미세공정 역량을 강화해 주요 제품은 직접 만들고 미국·유럽 시장을 겨냥해 파운드리 사업도 시작하겠다는 게 골자다.

겔싱어 CEO는 “인텔은 앞으로도 대부분 제품을 내부에서 제조한다”고 밝혔다. 7나노 이하 미세공정 전환에 어려움을 겪으며 TSMC나 삼성전자로 파운드리를 맡길 것이라는 예상을 일축한 것이다.

아울러 현재 인텔과 거래 중인 파운드리 업체와 관계도 유지할 것이며 협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핵심 제품은 직접 만들고, 저부가가치 제품은 파운드리로 돌리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인텔은 이날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인텔은 IFS가 퀄컴, 애플, 삼성전자 등이 칩셋에 사용하는 ARM 코어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반도체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유럽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겔싱어 CEO는 “2025년까지 파운드리 시장은 1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국 정부와 주요 테크 기업들은 인텔의 발표에 힘을 실었다.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공장을 설립하는데 200억 달러(약 22조67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투자 발표에는 지나 러먼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함께 참여했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퀄컴 등도 인텔의 IFS 출범을 지지하며 잠재 고객이 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TSMC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아시아 국가에서 전 세계 반도체의 80%가 생산되는 현재 상황을 미국이 그저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미국 정부와 기업이 강력히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인텔을 중심으로 미국 기업들이 파운드리 생태계를 확대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파운드리 경쟁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서 해당 지역에 공장 건설 등 투자를 결정해야 하지만 반도체 공장은 하나에 수십조 규모여서 선뜻 나서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