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 로트와일러에게 입마개를 씌우지 않고 방치해 산책하던 소형견 스피츠를 물려 죽게 한 견주가 재판에서 고의는 없었다면서 범행을 부인했다.
2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정금영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로트와일러 견주 A씨(76)는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고의는 없었고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25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주택가에서 로트와일러에게 입마개를 씌우지 않아 지나가던 스피츠를 물어 죽게 하고 그 견주를 다치게 한 혐의(동물보호법 위반·재물손괴)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 견주 B씨는 로트와일러에게 손을 물리는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로트와일러는 동물보호법상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맹견’으로 외출 시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해야 한다. 이를 어기고 사람을 다치게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A씨의 변호인은 “로트와일러가 피해자를 물은 건 아니고 스피츠를 무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이를 제지하다가 다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스피츠를 물어 죽인 것과 관련한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서도 “고의가 없었기에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변론했다. 현행법 체계에서 동물은 재물로 분류된다.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소유물에 대한 효용을 침해하겠다는 인식을 하고 유형력을 행사했을 때 성립된다. 고의가 아닌 과실일 경우에는 재물손괴죄로 처벌이 어렵다.
A씨는 재판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당시 집에 있는데 우리 개가 스피츠를 발견하고 뛰쳐나가 미처 제지할 수 없었다”며 “피해자를 물은 건 아니다. 사람은 물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해당 사고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공분이 일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A씨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6만7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이 로트와일러는 과거에도 다른 소형견을 공격해 죽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트와일러 견주는) 자신의 개가 살생견임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입마개를 하면 답답하다는 이유로 산책 중간에 입마개를 빼거나 아예 하지 않고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맹견을 키우려는 사람들은 무조건 ‘라이센스’를 발급하게 해달라. 맹견 산책 시 입마개를 하지 않으면 1000만원 이상의 과태료를 물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