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불심검문 시 경찰복 입어도 신분증 제시해야”

입력 2021-03-24 14:06 수정 2021-03-24 14:14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경찰이 시민을 상대로 불심검문을 진행할 때 제복을 입었더라도 경찰공무원증 등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았다면 인권침해라는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4일 “경찰이 불심검문 시 검문 대상에게 경찰관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진정에 대해 일부 사실을 인권침해로 인정했다”며 “경찰서장에게 해당 경찰관에 주의 조치를 하고 소속 경찰들에게 직무교육을 실시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한 지구대 소속 A경찰관은 지난해 8월 10일 0시30분쯤 ‘강간미수 및 준강제추행’ 사건 관련 불심검문을 위해 관내 한 버스터미널을 방문했다.

전날 새벽 터미널 지하 1층에서 한 남성이 여성을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 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터미널 매표소 앞에서 가게 마감 정리를 하던 B씨를 발견한 A경찰관은 영상 속 인물과 체격, 얼굴 형태, 헤어스타일 등이 들어맞는다고 판단해 불심검문을 진행했다. 당시 A경찰관은 별도로 본인의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았다.

B씨는 “A경찰관이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신분증 제시 없이 소속과 성명을 밝히지 않았고, 방문목적도 말하지 않은 채 핸드폰 사진을 들이밀면서 ‘이거 본인 맞으시죠?’라고 말하며 신분증을 요구하는 등 적법절차를 위반했다”고 진정을 제기했다.

또 이 과정에서 A경찰관이 사진 속 인물과 B씨의 귀쪽 머리가 비슷하다며 머리 부분을 펜으로 건드렸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A경찰관은 “경찰 제복을 입은 상태로 B씨에게 접근해 본인의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불심검문을 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며 “검문 당시 본인에게 신분증 제시 요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로 신분증을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귀 아랫부분을 건드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인권위는 ‘불심검문 시 경찰공무원증을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인권위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는 경찰관이 불심검문에서 질문하거나 동행을 요구할 경우 당해인에게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그 목적과 이유를 설명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며 “불심검문 시 경찰관은 급박한 현장 상황 등 별도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경찰공무원증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월한 공권력 작용이라 할 수 있는 불심검문은 국민의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신체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경찰 작용인 바, 그 무분별한 권한 행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규정들의 요건과 행사방법이 엄격하게 준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