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거리 화가 뱅크시(Banksy)의 작품이 1440만 파운드(약 224억원)에 판매됐다. 한 아이가 슈퍼 히어로 망토를 입은 간호사 인형을 들고 노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로이터는 ‘게임 체인저’라는 제목의 뱅크시 작품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뱅크시 작품 중 최고가로 팔렸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구매자는 1680만 파운드(약 261억6000만원)를 지불했다.
‘게임 체인저’는 가로·세로 각 1m 크기의 흑백 그림으로 한 어린이가 바닥에 앉아 간호사 인형을 들고 놀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 같은 슈퍼 영웅 장난감들은 소년의 옆에 놓인 휴지통 속에 버려져 있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영웅적인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뱅크시는 영국에 코로나19가 1차 유행하던 지난해 5월 영국 남부 사우샘프턴 종합병원에 이 그림을 기부했다.
당시 병원 측은 뱅크시가 병원 직원들에게 남긴 메모에서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단지 흑백으로 그린 것일 뿐이지만 이 그림이 조금이라도 더 밝아지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티에 따르면 병원 측은 이 그림이 판매된 뒤에도 환자와 방문객, 직원들을 위해 사본을 계속 병원에 걸어둘 예정이다.
캐서린 아놀드 크리스티 현대 유럽미술부장은 “국제적십자사 마크가 붙은 복장을 한 간호사 슈퍼영웅 인형을 가지고 노는 어린 소년의 이미지로 뱅크시는 이 순간의 본질을 완벽하게 포착해냈다”고 말했다.
경매가 이뤄진 날은 영국이 코로나19로 첫 전국적 봉쇄를 발표한 지 1년이 되는 때이기도 하다. 경매 판매 수익은 영국의 보건단체와 자선단체 지원에 사용될 것이라고 크리스티는 밝혔다.
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