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8개 영재학교(경기과학고, 광주과학고, 대구과학고, 대전과학고, 서울과학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한국과학영재학교) 입학생 828명 중 560명이 서울과 경기 소재 중학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대치동과 목동, 노원 등 주요 학원가 학군이라 할 수 있는 강남·양천·송파·서초·노원구 출신이 4명 중 1명꼴로 나타나 사교육 특화 지역 편향성이 확인됐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 8개 영재학교 출신 중학교 분석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부산에 있는 학교에 수도권 출신이 70%
분석 결과에 따르면 8개 영재학교 2021학년도 입학생 828명 중 67.6%에 해당하는 560명이 서울과 경기 소재 중학교 출신으로 확인됐다. 2019학년도 70.1%, 2020학년도 68.5%에 비해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수도권 쏠림 현상이 분명한 셈이다. 각 지역에 소재한 영재학교에서도 수도권 편중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 있는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경우 부산 출신은 20명(16.8%)에 그친 반면 서울·경기 지역 출신 입학생은 86명(69.4%)으로 4.3배에 달했다.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와 대전과학고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각각 서울·경기 지역 출신 입학생이 해당 지역 출신 입학생보다 4배 수준이었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역시 수도권 출신 학생이 세종 출신 입학생의 3배를 넘었다.
이들은 “이처럼 극심한 수도권 쏠림 현상은 지역의 과학기술인재 육성이라는 영재학교 설립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4명 중 1명…대치·목동·노원 ‘학원학군’서 나와
서울·경기 지역 출신 내에서도 사교육 특화 지역 학생의 비중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서울 출신 입학생 321명의 학교 소재지를 시·구 단위로 분석한 결과 강남구(25.5%) 양천구(12.8%) 서초구(9.0%) 송파구(8.4%) 노원구(5.3%) 등 출신 입학생이 61.1%를 차지했다. 전체 입학생 대비 23.7%다. 대치동과 목동, 노원 등 서울의 대표 학원 학군 지역에서 전체 합격자 4명 중 1명꼴로 나온 셈이다.경기도에서도 입학생 239명 중 고양시(19%) 성남시(18%) 용인시(12%) 수원시(10%) 안양시(8%) 등 대표적 사교육 밀집 지역 출신이 66.9%로 나타났다.
이들은 영재학교 입학과 사교육 연관성이 영재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3개 프랜차이즈 학원의 홍보물에서도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영재학교 대비반을 운영하는 A학원은 홈페이지에서 “2021학년도 전국 영재학교 합격자가 324명”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B학원과 C학원에서도 각각 108명, 78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세학원이 스스로 밝힌 합격자 수를 단순 합산하면 510명으로 전체 영재학교 합격자 828명의 61.5%에 해당하는 셈이 된다.
“‘영재고 준비생’ 25% 학원비 월 300만원 이상”
강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에 대해 “현행 영재학교 체제와 입학전형은 진학을 희망하는 초등・중학생에게 매월 수백만원의 사교육비 지출을 요구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체제”라고 지적했다.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이 2019 고교 유형별 사교육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영재학교를 희망하는 중3 학생의 62.5%가 월평균 100만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0만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비율도 25.0%에 달할 정도였다. 영재학교 재학생들도 100만원 이상 고액 사교육비 지출은 55.8%로 고교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강 의원은 “영재학교 입학시험과 중고교 교육과정을 가르치지 않은 채 진행되는 대학 수준의 수학・과학 교육과정, 수학・과학 관련 경시대회 대비 프로그램 등이 주요 원인”이라면서 “초등 저학년부터 학원가에서 중고교 수학・과학을 선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KMO, 과학 올림피아드 경시대회 준비와 기출문제 대비 과정을 다람쥐 챗바퀴 돌 듯 반복하는 것이 사교육 과열지구에서 영재학교 입학을 대비하는 학생들의 일상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교육을 통해 정답을 요구하는 유형화된 문제풀이 과정은 타고난 영재성을 발굴해 이공계 인재로 양성한다는 영재교육의 취지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단위 지원 금지, 시도교육청 산하 영재발굴센터 통한 영재교육 필요”
강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우선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국단위 지원과 이중 지원 금지’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발표한 ‘영재학교 간 중복지원 금지’ ‘영재학교 지역인재 우선선발 확대’ 등만으로는 수도권 편중 현상을 개선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시도교육청 산하에 영재발굴센터를 운영해 영재 교육전문가를 위촉해 수시 선발하는 한편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도교육청이 영재를 위탁받아 교육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줄세우기가 아닌 영재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선발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연중 수시로 영재성과 잠재력을 보이는 학생을 발굴해 영재교육을 지속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영재 양성을 하면서도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