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남구가 추진 중인 ‘반려동물 문화센터’ 개설사업이 무산될 위기를 맞고 있다. 반려동물을 배려하고 공존하기 위한 문화센터를 혐오시설이라고 반대하는 일종의 ‘님비현상’ 탓이다.
24일 광주시·남구에 따르면 반려동물 확산 추세에 맞춰 지난해부터 동물 복지 인프라 확충을 위한 반려동물 문화센터 개설사업을 추진 중이다.
광주시민 35만여 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반려동물 등록제와 생명존중 교육 등 성숙한 동물복지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차원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 확산과 함께 다양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당초 해당 센터 용지로 선정된 월산동 달뫼 커뮤니티센터가 지난해 말 완공됐는데도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여전해 입주절차가 중단됐다.
시와 남구는 입주가 좌절되자 고민 끝에 접근성이 양호한 덕남마을 마을회관을 대체 용지로 물색했으나 이마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시와 남구는 23일 덕남마을 노인복지회관에서 전문가 초청 간담회를 열고 수익사업을 전제로 한 반려동물 문화센터 건립 취지를 설명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동물용품 가게는 물론 애견카페와 애견호텔, 애견미용실 등이 문화센터에서 문을 열면 마을주민들의 일자리·수익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로 주민 동의를 구했다.
반려동물 문화센터에서는 유기동물이 새로운 반려 가족을 찾기 위한 유기동물 입양센터와 반려동물 예절교육·건강·행동교정 프로그램 등으로 꾸미는 반려동물 문화교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덕남마을 주민들은 “개 짖는 소음과 악취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며 “문화센터는 수십 수백 마리의 유기견 등을 돌보는 동물보호소와 다르다고 설명하나 오래잖아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대부분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시와 남구는 문화센터 선진지 견학을 한 뒤 사업추진 여부에 대한 덕남마을 주민투표를 통해 최종 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시와 남구는 올해 안까지 사업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사업비를 반납해야 할 처지다.
광주시는 지난 2001년 전국 최초로 민·관·학 협력사업으로 유기동물 보호를 위한 ‘광주 동물보호소’를 건립하는 등 그동안 생명존중 동물정책과 동물복지 실천의 선두주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남구 관계자는 “반려동물 문화센터는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사는 사회구현을 위해 필요한 시설”이라며 “주민 설득을 통해 연내에 개설사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