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아시아계 인종 혐오에 대한 반대 시위를 하던 아시아계 여성이 어린 자녀가 보는 앞에서 증오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가해 남성은 도주했다가 이튿날 체포됐다.
21일(현지시간) WABC TV 등 현지 언론은 이날 미국 뉴욕시 맨해튼에서 열린 아시아계 폭력 반대 집회에 참석한 아시아계 여성 A씨(37)가 항의 시위 도중 증오 폭행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A씨는 이날 아침 유니언 스퀘어에서 열린 아시아계 미국인 집회에 참석하러 가는 중이었으며 증오 범죄를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남성이 다가와 A씨에게 팻말을 달라고 요구했다. 남성이 집회에 참석하러 가는 사람인 줄 알았던 A씨는 팻말을 건넸지만 남성은 이를 찢고 쓰레기통에 넣었다.
A씨는 WABC TV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팻말을 부수고 쓰레기통에 넣으려 하기에 ‘뭐 하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내 얼굴을 몇 차례 때린 뒤 도주했다”고 밝혔다. A씨는 가해자를 쫓다 발목을 삐었고 얼굴에는 구타로 인한 멍과 열상을 입었다. A씨가 폭행을 당했을 때 근처에는 A씨의 7살 딸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용의자를) 붙잡아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 폭행을 가한 남성이 지하철역으로 도망가자 주위에 있던 몇몇 목격자는 그를 쫓아갔고 용의자의 사진을 찍어 경찰에 제보했다. 당시 목격자 중 한 명인 데본 프란시스는 “용의자가 자신을 따라온 행인들을 향해 속옷을 벗고 성기를 노출하기도 했다”며 “그런 일(혐오 범죄)이 일어나는 것을 볼 때 여러분은 적극적으로 보고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뉴욕 경찰에 따르면 사건 용의자는 이튿날인 22일 저녁 체포됐다. 흑인인 에릭 들리브라(27)는 증오 범죄, 증오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최근 미국 사회에서는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비롯해 아시아계 인종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늘고 있다. 지난해 뉴욕에서 아시아계 인종에 대한 증오 범죄가 29건 발생했으며 올 들어서는 3개월 만에 23건이 접수됐다.
노유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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