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30억…매출추락 기업 ‘묻지마 고액연봉’

입력 2021-03-24 09:54 수정 2021-03-24 20:01
출처=뉴시스, 한진그룹 제공

주주총회 시즌이 이어지면서 국내 대기업 총수들의 ‘묻지마’식 고액 연봉 논란이 또 불거졌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매출이 악화했음에도 총수들의 연봉은 ‘고공행진’을 보이면서 기업 안팎의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보수로 30억9800만원을 챙겼다. 전년 대비 40% 늘어난 규모다. 한진그룹의 주력사인 대한항공은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사원들이 순환 휴직에 들어가는 등 악재를 겼었다. 구조조정과 인건비 절감으로 지난해 2300여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매출은 7조4000억원으로 38% 줄었다. 이 여파로 사원들의 급여는 평균 15%(대한항공 기준)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의 보수가 늘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회사 안팎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측은 조 회장이 과거 사장급 연봉을 받다가 지난해엔 회장급 보수로 격상하면서 급여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한 호텔신라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4% 넘게 줄었다. 영업손실은 185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하지만 이부진 사장의 연봉은 급여 11억8400만원, 상여금 37억여원 등 모두 48억9000여만원으로 책정됐다. 전년 대비 52.6% 증가했다.

호텔신라의 매출이 거의 반 토막 나고 적자를 봤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장의 보수 상승 폭은 상대적으로 매우 크다. 특히 호텔신라 직원들이 경영난 타개를 위해 연봉을 평균 15.3%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맨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호텔신라 측은 “이부진 사장의 이번 연봉엔 3년 단위로 끊어 지급하는 2017~2019년 3년간의 장기성과 인센티브가 포함됐다. 이는 지난해 실적과는 관계가 없으며 실제 고정 급여는 줄었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 이재현 CJ 회장(123억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12억원), 손경식 CJ제일제당 회장(102억원), 구자열 LS 회장(77억원)도 고액 연봉을 받았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7년부터 보수를 받지 않고 있다.

총수들의 고액연봉뿐 아니라 퇴직금도 논란의 대상이다. 회삿돈 49억원을 횡령해 실형을 받은 전인장 삼양식품 전 회장은 지난해 퇴직금만으로 141억원을 받았다. 허창수 GS 명예회장은 지난해 퇴직금 97억원을 포함해 159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부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도 과거 구설에 올랐었다.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 5개 계열사는 2019년 4월 별세한 조양호 회장에게 퇴직금 494억원을 지급했다. 조 전 회장이 39.5년을 근무한 퇴직금이었다. 대한항공의 임원 퇴직금 및 퇴직위로금 지급 규정은 월급의 6배까지 퇴직금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