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 “21일 순항미사일 2발 발사” 뒤늦게 시인
북한 의식했나… 순항미사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나
한·미 당국 “순항미사일은 유엔 결의안 위반 아냐”
북한 침묵도 미스터리… 과거엔 미사일 발사 선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한국 정부나 군 당국보다 미국 언론이 23일(현지시간) 먼저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 정부와 군 당국이 미국 언론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늦게 발표한 데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발사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감췄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북한을 다시 대화의 무대로 이끌기 위해 한·미 당국이 ‘낮은 수준(로키)의 대응’을 했을 가능성이다. 발표 시점을 검토하다가 미국 언론에 선수를 뺏겼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특히 한·미 당국이 이번 발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미 당국은 순항미사일이라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을 금지하고 있으며, 순항미사일은 금지 대상이 아니다. 한·미 당국은 또 이번 발사를 북한의 통상적인 군사 훈련의 일환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가 북한의 이번 발사를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다만,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오든 후폭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탐지하는 데 한·미가 총력을 기울였다”면서 “한·미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면서 의혹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통상적으로 한국 합동참모본부의 발표를 통해 공개됐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사흘 만에 미국 언론을 통해 처음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가 최초로 보도했고, 로이터통신과 ABC방송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뒤이어 전했다.
한국 정부는 뒤늦은 해명에 나섰다. 한국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21일 오전 서부지역에서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들 미사일은 단거리를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구체적인 제원을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발사체는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순항미사일”이라며 “순항미사일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군은 정보자산 노출 가능성 등으로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미가 이번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 아니라며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 아니고, 도발적 행동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다양한 무기 체계를 시험하는 것은 통상적인 연습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한·미 당국은 미국 언론들의 보도 전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 북한의 순항미사일은 유엔 안보리 위반이 아닌데다 이번 발사를 북한의 통상적인 군사 연습의 일환으로 파악했을 것이라는 가설에 힘이 실린다.
한·미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다시 이끌기 위해 미사일 발사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 검토가 거의 마무리 단계라면서 다음 주말 한·미·일 3국의 안보실장 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사실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것도 미스터리다. WP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대해 논평하지 않는 것은 한·미 당국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면서 “고립된 북한 정권은 이런 시험발사에 무기 역량이 확대됐다고 강조하며 항상 환호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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