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준영을 불법촬영 혐의로 고소했다 취하한 전 여자친구 A씨가 23일 고소를 취하한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이날 유튜브 채널 ‘끝까지 판다’에 올라온 ‘정준영 단톡방 사건 썰 푼다. 지상파 보도로는 차마 말하지 못한 것들’이라는 동영상에 장문의 댓글을 달았다.
그는 “2016년 정준영을 불법촬영 혐의로 고소했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5년간 잘못 알려졌던 이야기를 직접 바로잡고자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정준영이 나에게 소홀해 우발적으로 고소한 것이 아니고, 고소를 당한 후 정준영이 나와 사귀는 척해 달래서 고소를 취하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주일 만에 고소를 취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신고 이후 변호사 상담 결과 증거가 불충분해 무고죄를 뒤집어쓸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A씨는 “나는 당시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중요한 시기에 유명 연예인을 상대로 억울한 전과가 생길 수 있는 일을 벌이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조사 이후 정준영에게 고소 사실을 알리고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 정준영이 일방적으로 동영상을 촬영한 정황 증거를 취득해 나를 지킬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한 후에 고소를 취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준영에게 죄를 묻는 것이 나에게 더 큰 피해로 다가올까봐 용서하고 그를 옹호할 수밖에 없었던 힘없는 사회초년생이었던 내 심정은 얼마나 참담하고 무기력했을까”라면서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A씨는 정준영을 위해 탄원서를 쓰고, 성관계 동영상이 없다고 번복한 것도 자신을 위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정준영이 유죄를 받을 경우 언론에 보도될 것이 걱정됐다. 이 일에서 벗어나 취업 준비에 집중하고 싶었다”며 “당시 판단으로는 정준영이 빠르게 무혐의를 받아야 2차 피해를 줄 수 있는 불필요한 언론 보도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하지만 정준영이 나 외에도 수많은 여성의 영상을 유포해 인권을 유린하고 성폭행까지 하는 악질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절대 정준영에게 협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 사건 이후 공식적인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려 자책과 원망이 계속됐다. 정준영이 억울한 척하며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현실 앞에 수많은 생각이 수년간 절 괴롭혔다”고 말했다.
끝으로 A씨는 “그럼에도 나는 모든 억울함과 후회, 원망을 극복해내고 결국은 나 자신을 응원하며 삶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 왔고 현재 고귀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면서 “다른 범죄 피해자분들에게도 언젠가 반드시 나처럼 행복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고 싶다”고 글을 맺었다.
한편 정준영은 2016년 전 여자친구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이후 전 여자친구가 고소를 취하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사건 이후 정준영은 방송에 복귀했다.
이후 2019년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 사건이 터지면서 ‘정준영 단톡방’ 멤버들과 함께 다수의 여성을 집단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