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난 일요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 정부 대신 외신 ‘먼저’

입력 2021-03-24 04:37 수정 2021-03-24 14:37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한 장면. 사진 출처는 북한 노동신문.

북한이 지난 주말 여러 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이 23일(현지시간) 잇따라 보도했다.

WP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점이 일요일인 지난 21일이라고 전했다.

ABC방송도 미국 정부 당국자가 북한이 지난 주말 두 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ABC방송은 발사 시점이 지난 20일인지, 또는 21일인지는 전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북한이 지난 주말 두 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WP는 이번 미사일 시험 발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감행한 직접적인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WP는 그러면서 이번 미사일 시험 발사 사실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아직 한국과 미국은 아무런 내용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미 국방부의 존 커비 대변인은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지금은 언급할 것이 없다”고 답을 피했다.

북한도 미사일 발사 사실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WP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대해 논평하지 않는 것은 한·미 당국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면서 “고립된 북한 정권은 이런 시험발사에 무기 역량이 확대됐다고 강조하며 항상 환호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발사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통상적으로 한국 합동참모본부의 발표를 통해 공개됐다. 그러나 이번 발사는 북한이 실제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며칠 뒤에 미국 언론을 통해 처음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WP는 미국의 국방당국자들이 지난 몇 주 동안 “입수된 정보에 따르면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고 전했다.

WP는 이번 발사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준비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 간 미묘한 긴장이 고조되는 것도 예사롭지 않은 징후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월 중순 이후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에 외교적 접촉을 시도했으나 북한이 이를 거부했다고 북·미 모두 공개적으로 밝혔다.

WP는 북한의 이번 발사가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해 북한이 미국을 비난한 이후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WP는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6일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을 겨냥해 “앞으로 4년간 발편잠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던 사실을 거론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지난 8일∼18일 실시됐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