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주의 한 식료품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애틀랜타 지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지 1주일도 안 돼 일어난 참극에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CNN, AP통신 등 현지언론은 22일(현지시간) 오후 콜로라도주 볼더의 ‘킹 수퍼스’ 식료품점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져 경찰관을 포함해 1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볼더 경찰이 이날 오후 2시50분쯤 트위터를 통해 “킹 슈퍼스에 총격범이 있다”며 “그곳을 피하라”고 경고하면서 알려졌다.
신고 직후 현지 경찰을 비롯해 FBI, 특수기동대(SWAT) 등이 투입된 끝에 총격 용의자는 체포돼 구금된 상태다. 용의자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마리스 헤롤드 볼더 경찰서장은 사건 브리핑에서 “51세의 에릭 탈리 경관이 목숨을 잃었다”면서도 다른 희생자들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우선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알리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헤롤드 서장은 “우리는 수사를 완수하기 위해서 24시간 일하겠다”며 “복잡한 조사를 끝내기 위해선 최소 5일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용의자는 범행 당시 AR-15 소총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용의자를 상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아직 신상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식료품점에서 탈출한 현지 주민들은 총격 당시 겪었던 공포에 대해 생생하게 전했다.
스티븐 백휴는 CNN에 “사위와 손녀 두 명과 있었는데 적어도 여덟 발의 총성이 들렸다”며 “사위와 함께 손녀들을 데리고 약국 옷장에 들어갔다. 옷장 안의 코트가 우릴 덮을 만큼 크지 않아 두려웠다”고 말했다.
계산대에 있다가 총소리를 들었다는 세라 문섀도는 로이터통신에 함께 있던 아들 니컬러스를 향해 “뛰어”라고 소리친 뒤 건물 뒤편으로 달아나 숨었다고 흐느끼며 밝혔다.
미국 사회 역시 연이은 총격 사건에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재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는 트위터에서 “우리는 악마의 얼굴을 봤다”며 “슬프고 비통한 시간에 콜로라도 주민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적었다.
샘 위버 볼더 시장 역시 “어떤 말로도 이번 비극을 묘사할 수 없다”며 “우리 공동체는 오늘의 손실을 슬퍼하고 치유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킹 수퍼스의 모기업인 크뢰거는 성명을 통해 “우리 매장에서 일어난 폭력에 충격을 받았고 깊은 슬픔에 빠졌다”며 “피해를 입은 모두에게 기도와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미국 프로풋볼(NFL) 덴버 브롱코스와 미국프로농구(NBA) 덴버 너거츠, 미국프로야구(MLB) 콜로라도 로키스 등 지역 프로 스포츠팀도 일제히 성명을 내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에 이어 다시 발생한 참사에 총기 규제 주장이 정치권에서 다시 제기되기 시작했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상원은 총기 폭력의 확산을 막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콜로라도주의 마이클 베넷 민주당 상원의원도 “의회가 치명적인 무기를 잘못된 사람들의 손에서 빼앗기 위한 노력을 할 시점은 한참 지났다”며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총기 사건에 대한 대화와 초당파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총기협회(NRA)는 이날 트위터에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는 수정헌법 2조의 문구를 그대로 올리며 이러한 움직임에 반발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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