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23일 공판이 3주 연기된 가운데 피해자가 오 전 시장과 변호인에 날을 세웠다. 범죄에 대한 사법적 단죄 없이 힘겨운 고통의 시간만 흘러간다는 것이다.
피해자 A씨는 23일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당초 오늘 예정됐던 1차 재판은 오거돈 요청으로 3주 뒤로, 그것도 재판 준비기일로 바뀌었다”며 “누군가에게는 짧은 시간일지도 모르겠으나 저에게는 한겨울 얼음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듯한 끔찍한 시간이 3주나 더 늘어났다”고 밝혔다. 강제추행치상, 강제추행, 강제추행 미수, 무고 등 4가지 혐의로 기소된 오 전 시장의 첫 공판은 애초 이날 오전 10시 부산지방법원 301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피고 측 요청으로 연기됐다.
A씨는 “성범죄자 오거돈에게 묻는다”며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1년이다. 함께 기소된 다른 사건들은 그보다 더 오래전 일로 안다. 그냥 본인의 죄를 인정하고 죄지은 만큼만 벌 받으면 안 될까요”라고 꼬집었다.
A씨는 오 전 시장 사퇴를 공증한 법무법인이자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부산에도 비판의 화살을 겨눴다. 그는 “이 사건을 수임하는 것 자체만으로 정쟁의 빌미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가. 피해자인 제가 정치권과 관련된 의혹에 이렇게도 선을 긋는데 끝끝내 오거돈을 변호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거돈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모두 무혐의 결론이 났다는데, 그렇다면 당신은 오거돈의 성범죄를 변호하시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오거돈의 자아가 두 개라 추행 당시 오거돈은 오거돈이 아니었다는 말보다는 좀 더 그럴싸한 변론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비판했다.
A씨는 부산시장 보궐선거 여야 후보를 향해서도 “저와 직접 만나 이번 사건을 피해자 중심주의에서 관심 두고 챙기겠다고 말씀해주신 국민의힘 박형준·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두 부산시장 후보님들께서 약속을 꼭 지켜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변경된 기일을 특정하지 않고, 4·7 보궐 선거 이후인 내달 13일을 공판준비기일로 공고한 상태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