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 놓인 ‘캐릭터 옷’…미얀마 10대들도 총격에 희생

입력 2021-03-23 17:47
14살 툰 툰 아웅의 관 위에 올려진 캐릭터 티셔츠. 연합뉴스(트위터 캡처)

미얀마 군경의 무자비한 총격에 14~15세 아이들까지 목숨을 잃고 있다. 특히 10대 희생자 중 일부는 시위대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져 SNS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현지 언론 미얀마 나우는 23일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전날 군경의 총격으로 최소 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 중에는 14살 소년도 포함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당시 300명가량의 중무장한 군인들이 10여대의 트럭에 탄 채 먀이난다 주택가 인근에 나타났고, 불도저 2대를 앞세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10대~30대 시민들이 얼굴과 머리 등에 총을 맞고 숨졌다.

겨우 14세 소년인 툰 툰 아웅도 이때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한 네티즌은 SNS에 툰 툰 아웅이 당시 집 문을 잠그던 중이었다며 시위대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은 “14세 어린 아이인데”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열린 장례식 사진에는 그가 평소 즐겨 입었던 캐릭터 티셔츠가 관 위에 올려져 있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앞서 20일에도 만달레이에서 군경의 총기 난사로 15세 소년 조 묘 텟 등 6명이 사망했다. 찻집에서 일하던 조 묘 텟은 당시 총소리가 들리자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묘 텟의 어머니는 “아들이 무슨 잘못을 했느냐. 시위에 참여한 것도 아니었다”며 “내 아들이 이렇게 끔찍한 죽임을 당한 것처럼 군부 독재자들도 끝장나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최대 도시 양곤에서도 15세 고교생 아웅 카웅 텟이 군경의 총탄에 숨졌다. 주민들에 따르면 아웅 카웅 텟을 포함한 시위대가 오후 3시쯤 흩어지는 상황에서 군경의 체포 작전이 시작됐고, 아웅 카웅 텟은 얼굴에 총을 맞았다. 이후 주변 사람들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끝내 세상을 떠났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이웃들을 인용해 아웅 카웅 텟이 지난달 1일 쿠데타 발발 이후 거의 모든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던 매우 활동적인 소년이라고 전했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22일 기준 261명이 군경의 무력진압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군경의 시신 유기 등을 고려하면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군사정권 대변인인 조 민 툰 준장은 이와 관련, “시위대가 진압 과정에서 숨진 것은 슬픈 일이며 유감”이라면서도 “시위대가 기물을 파괴하고 불안을 부채질했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