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산불과 가뭄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시드니 등 호주 동남부 지역이 이번에는 60년 만의 대홍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호주 당국은 이날 폭우가 다시 전국의 여러 지역을 강타하자 새로운 홍수경보 및 대피령을 발령했다. 면적으로 따지면 미국 알래스카와 비슷한 크기의 지역, 인구 규모로 보면 1000만명이 그 대상이다. 호주 전체 인구가 25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40%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비나 홍수 상황이 역동적이고 극도록 복잡하다”고 밝혔다.
호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8일 시작된 폭우로 시드니 등 호주 주요 도시가 위치한 뉴사우스웨일스주 북부 해안가에는 현재까지 3월 평균 강우량의 세 배가 넘는 9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지난 21일 시드니에는 하루에만 111mm의 비가 내려 연중 최대치를 갱신했다. 폭우로 주요 댐이 무너지면서 이들 지역의 도로와 가옥이 광범위하게 침수됐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25일 대형폭풍이 예보된 상황이다.
뉴사우스웨일스 긴급구조대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홍수는 1961년 11월 이후 최악의 홍수로 기록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약 1만8000명의 주민들을 저지대에서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구조대는 앞으로 주민 1만5000명을 추가로 대피시킬 예정이다.
이번 비 피해를 입은 지역은 호주 인구 3분의 1이 거주하는 곳으로 지난해에는 연이은 산불과 가뭄,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초대형 산불이 지속돼 12만4000㎢가 불 탔고 숲의 20%가 소실됐다.
과학자들은 호주에서 불과 1년도 안 돼 극과 극의 기상 이변이 나타난 이유를 심각한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호주는 그간 일반적으로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라니냐의 영향을 받아 평균 강우량이 20% 증가해왔다”면서도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라니냐의 영향을 더욱 강화해 날씨 패턴을 한층 더 불규칙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