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참사’는 ‘요코하마 대첩’으로 바뀔까

입력 2021-03-23 16:17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일본에 도착한 22일 요코하마의 한 경기장에서 달리기로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도, 황의조(지롱댕 보르도)도, 황희찬(라이프치히)도 없지만 적진의 골문을 열어야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떠난 원정길은 선수 차출부터 방역 절차까지 무엇 하나 수월한 게 없지만 경기장에서만은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해야 한다. 10년 전 마지막 승부는 0대 3 완패. ‘삿포로 참사’로 기억되는 경기다. 그 치욕을 ‘요코하마 대첩’으로 바꿔놓을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오는 25일 오후 7시20분 일본 요코하마 닛산스타디움에서 일본과 숙명의 라이벌 매치를 펼친다. 이 경기는 국제대회가 아닌 친선경기 차원으로 2011년 8월 10일 이후 10년 만에 성사된 한일전이다. 당시 한국은 일본 삿포로 원정에서 3골 차로 패배했다. 마지막 한일전은 2019년 12월 18일 부산에서 1대 0으로 승리한 E-1 챔피언십 3차전이지만, 이 경기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차원의 국제대회였다.

한국은 통산 전적에서 79전 42승 23무 14패로 일본을 압도하고도 마지막 친선경기를 패배한 탓에 한일전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삿포로 참사’를 경험했던 대표팀의 베테랑 수비수 박주호(수원FC)는 23일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선수들이 한일전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꼭 승리하고 돌아가겠다”며 “삿포로에서 홈 관중의 열기가 굉장했다. 열기에 눌리지 않고 우리의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이날 ‘유럽파’ 이강인(발렌시아),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일본으로 입국하면서 완전체를 이루고 오후 5시부터 일본 원정 이틀째 훈련을 진행한다. 하지만 여전히 체감되는 대표팀의 전력은 최상이 아니다.

손흥민은 지난 15일 아스널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통증으로 교체된 뒤 햄스트링 부상 판정을 받았고, 황희찬은 독일 작센주로부터 귀국 시 자가격리 면제를 승인받지 못해 각각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황희조는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열리는 국가대표 경기로 선수 파견을 거부한 프랑스프로축구연맹의 결정에 따라 소속팀에 남았다.

선수단 구성의 악재는 출국 직전까지 이어졌다. 대표팀의 출국 전날인 21일에는 주세종(감바 오사카)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출국 당일인 22일 윤빛가람이 종아리 부상을 입으면서 이동경(이상 울산)이 대체 선수로 긴급하게 차출됐다. 대표팀은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일본에서 복잡한 코로나19 검·방역 절차로 나리타공항을 빠져나올 때까지 2시간가량을 소요했다.

한국 대표팀에 철저한 검역 절차를 진행한 일본은 정작 경기장 입장 관객 수를 늘려 방역 긴장감을 완화했다. 일본축구협회는 이날 “한일전 관중석 규모를 1만명으로 늘렸다”며 추가 입장권을 판매했다. 일본 수도권에 발령됐던 코로나19 긴급사태가 해제돼 당초 예정됐던 입장 허용 인원이 5000명에서 2배로 늘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