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외제차 수출 투자를 미끼로 한 수백억원대 사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피해액이 워낙 큰 데다, 피해자 권유로 투자한 가족과 지인까지 사기 피해를 입으면서 가정 파탄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사기 등의 혐의로 50대 A씨 등 5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달아난 주범 등 피의자 2명은 추적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스스로를 무역회사 직원인 것처럼 속여 60개월 할부로 외제차를 대신 사주면 차를 수출해 관세 차익금 2000만원(대당)을 주고 차량 할부금을 모두 대납하겠다고 속여 투자자를 모집했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120명, 피해 금액은 25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피해자 모임에서 밝힌 피해자 규모는 이보다 많은 280명에 600억원 상당으로 조사가 진행되면 피해 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사기 행각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다.
초기에는 약속대로 할부금을 대납했으나 점차 할부금 지급이 밀리고 무역회사와 연락이 닿지 않으면서 이달 4일 이후 관련 신고가 급증했다.
피해자들이 자신의 명의로 계약한 차량 대수는 적게는 1대에서 많게는 5대 이상에 달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하면서 자영업자와 직장인, 학생과 주부까지 다양한 계층이 피해를 입게 됐다.
입건된 중간 모집책들은 제주도민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투자 사기임을 알고 투자자를 모집했는 지의 여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명의로 계약한 차들이 대포차로 다른 범죄에 이용되면서 또 다른 피해에도 노출되고 있다. 한 피해자의 경우 자신 명의 차량이 서울에서 사고가 났는데 운전자는 도망가고 차량에서는 마약이 발견됐다. 교통 법규 위반 통지서도 명의자에게 청구되면서 피해자들은 제2, 제3의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피해 신고가 산발적으로 접수돼오다 이달 들어 피해 신고가 집중되면서 제주청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가용 수사력을 총동원해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 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특히 “유사한 피해를 당한 경우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