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3m 사다리서 추락…50분 방치된 아버지 숨져”

입력 2021-03-23 14:16 수정 2021-03-23 14:27
자신의 아버지가 공장에서 작업 중 추락 사고 후 관계자들의 방치로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아들이 공개한 현장 CCTV. 노란색 동그라미는 쓰러져있는 A씨 아버지의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60대 아버지가 추락 사고 후 현장 관계자들의 방치로 사망했다는 아들의 청원이 올라왔다. 아들은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바란다”며 “아버지의 억울함이 풀릴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지난 1일 아버지가 경북 칠곡군 소재의 회사에서 도급·파견으로 근무하던 중 사다리 고장으로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쳤다”며 “일을 도급받아 아버지를 고용한 업자 B씨와 회사 직원 7~8명이 50분간 (아버지를) 방치했다”고 적었다. 이어 “5~6명은 밥을 먹고 오기도 했다”면서 “B씨가 뒤늦게 아버지를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현장에서 119까지 대략 700~900m 거리”라며 “(관계자들이) 방치 후 담배를 피우고 사다리를 고치는 등 정상적인 사람이 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아버지는) 약 25㎞가 떨어진 경북 구미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고가 발생한 지 정확히 128분이 지난 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 상태로 아버지는 수술도 못 해보고 중환자실에서 지난 10일 오후 1시15분 뇌출혈로 사망했다”고 했다.

A씨는 “아버지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부분을 인정한다”면서도 “안전모, 안전화, 안전교육 등 아무런 안전관리가 되지 않았던 현장”이라고 지적했다. 또 아버지가 이용했던 사다리에 문제가 있었다며 “CCTV를 통해 확인했고, 동료 직원과 B씨도 사다리가 이상했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A씨는 비슷한 내용의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도 올렸다. 그가 첨부한 CCTV 캡처 사진에는 추락한 뒤 쓰러져 있는 한 남성과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관계자들의 모습이 담겼다. A씨는 B씨와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B씨는 “너무 엉겁결에 놓쳐버리니까 그런 경과를 처음 봐서 너무 당황했다”며 “살이 벌벌 떨리니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바로 업고 가려고도 했는데 경황이 없다 보니 바로 조치를 못 했다. 미안하다”고 미흡했던 대처를 인정했다.

A씨는 무엇보다 사고 경위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B씨의 행태에 분노한다고 했다. 그는 “(B씨가) 3m 사다리 높이를 1m라고 속였고 아버지가 직접 걸어서 차에 탔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아버지가 의식 없이 업혀 나가는 게 CCTV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현장 관계자) 7~8명 모두가 119를 부르지 않았고 처음에 어느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던 것도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A씨는 “공장 측은 자신은 하청을 준 거라며 책임 전가만 하고 있고 산재 처리나 진심 어린 사과도 없었다”며 “개인적인 합의나 금전적 보상은 바라지 않는다. 관련 책임자 모두가 엄중한 처벌을 받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