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특파원 납치해 사흘간 잠고문”…막가는 미얀마 군부

입력 2021-03-23 11:49 수정 2021-03-23 12:36
지난 22일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서 쿠데타 규탄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부상을 입은 남성을 급히 옮기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가 군·경의 잔혹한 진압에 최악의 유혈사태로 치닫는 가운데 영국 BBC 특파원이 수면 없이 사흘을 내리 심문당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미얀마 실상을 외부로 전하는 언론을 향한 탄압이 갈수록 가혹해지는 모양새다.

23일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는 BBC 미얀마 특파원인 아웅 투라의 아내 인터뷰를 전했다. 아내는 “남편이 사흘 밤 동안 잠을 자지 못하고 심문을 받은 뒤 월요일(22일)에 풀려났다”고 털어놨다. 아웅 투라는 지난 19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의 법원 앞에서 신원 미상의 남성들에게 납치됐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원로 윈 흐테인의 재판을 취재하기 위해 법원을 찾은 길이었다. 그와 함께 다른 기자들도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한 시민이 무릎을 꿇은 채 무장군인들에 둘러싸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끌려간 아웅 투라는 군부로부터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와 접촉했는지에 관한 심문을 받았다. CRPH은 NLD 의원들이 군부를 불법정권으로 규정하고 꾸린 임시정부다. 아웅 투라의 아내는 “남편이 서약서에 서명하고 나서야 풀려났다”며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남편에게 외상은 없지만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상태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많이 지쳐 있기에 좀 쉬다가 건강검진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아내는 “안타깝게도 남편은 바이버(Viber·메시지앱)에 삭제하지 않은 정보가 있었다”며 “남편은 나에게 페이스북에 무작위로 게시물을 올리지 말라는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얀마 군부는 시위 진압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언론도 전방위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쿠데타 발생 이후 시민불복종운동, 반정부 내용을 보도한 언론인 43명이 체포됐다. 특히 이들에게 대중의 공포를 유발하고 가짜뉴스를 유포·선동했다는 이유로 공공질서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는데 형량을 최고 징역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AP 연합뉴스

또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언론에 군사정부(Junta)란 표현을 계속 쓰면 출판권을 박탈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실제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미얀마 나우, 미지마, DVB(Democratic Voice of Burma) 등 5개 주요 언론사에 대한 출판 허가가 취소된 것이다.

하지만 현지 매체들은 “군사정권이란 단어는 편파적 용어가 아니라 상황의 본질을 나타낸다”며 저항하고 있다. 미얀마 타임스 등 일부 매체는 언론 간섭을 거부하고 자체 휴간을 선언하기도 했다. 쿠데타 전 발행되던 40개 이상 신문 중 현재는 5∼6개 신문만 유통되는 상황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